젤렌스키 "러시아 대선 '흉내 내기', 정당성 없다"…서방도 평가절하

우크라 대통령 "종신집권 위해 멈추지 않을 것"
美 백악관 "러 대선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아"
독일 외무부 "우크라이나 점령지 선거 무효"
폴란드 "탄압 선거, 민주적 선택 방해"
  • 등록 2024-03-18 오전 6:20:04

    수정 2024-03-18 오전 6:21:51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종료한 러시아 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리며 5선을 사실상 확정한 데 대해 이번 선거는 ‘흉내내기’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 독재자가 또 다른 선거를 흉내내고 있다”며 “이 사람은 권력에 병들어 있으며 종신 집권을 하기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 세계가 안다”며 푸틴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선거 흉내 내기에는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며 “이 사람은 헤이그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범으로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피고인석에 서야 한다는 의미다.

서방 주요국도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실시 되는 러시아 대선 결과에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자들을 투옥하고 다른 후보들의 출마를 막아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는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독일 외무부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러시아의 가짜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으며, 그 결과는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통치는 권위주의적이며 검열, 억압,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의 선거는 무효이며 또 다른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불법적으로 선거가 치러지고, 유권자의 선택권이 부족하며, 독립적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감시가 이뤄지지 않은 러시아에서 투표가 마감된 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모습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폴란드 외교부도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대선 투표는 사회에 대한 극심한 탄압 상황에서 진행,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50%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87.34%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 대선 역사상 최고 득표율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8년 푸틴 대통령이 기록한 76.7%다. 다른 세 후보는 모두 4%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 기관 폼(FOM)의 출구조사와 비슷한 수치다. FOM에 따르면 푸틴은 87.8%의 득표율을 기록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사실상 확정하며 2030년까지 6년간 집권 5기를 열게 됐다. 30년간 러시아를 통치하면서 그야말로 종신집권 길을 열었다.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간을 뛰어넘는 역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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