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文정부-정치] 21대 총선 이후 일방독주 심화…여야협치 복원 필수

총선에서 코로나19 수혜로 거여로 발돋움한 민주당
국회 독재 수준으로 독주..여야 협의 사실상 무너져
야권의 반대에도 인사 임명 文정부에서 가장 많아
인청 무용론까지 등장
文대통령 제안했던 ‘여야정협의체’ 등 협치 복원해야
  • 등록 2021-03-09 오전 6:00:00

    수정 2021-03-09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정부가 4년간 여야간 협치는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해 4·15 총선을 통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0여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당청의 일방적 독주는 심화됐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1년여 동안 여야 협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文대통령 ‘개헌안’부터 삐걱…협치 요원

어느 정부나 대통령 임기 초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출범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 이상이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실현되고 9년여의 보수 정부로부터 정권을 가져온 터라 세간의 관심이 그 어떤 때보다 높았다. 마침 북한도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에 호응해오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1~2년차는 높은 지지율 속에 자리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처음부터 난항의 연속이었다. 정권 교체라는 구호 속에 문재인 정부는 임기 처음부터 ‘적폐 청산’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와 채 결별하지 못했던 야권에 대한 노골적 공세였던 셈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처 치우지 못하고 남았던 문서들이 청와대 공식 브리핑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임기 10개월여만에 꺼내놓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된 것도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이어진 야권과의 갈등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특히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대통령 임기를 최장 8년까지 늘린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꺼내며 ‘권력 분산’과 거리가 먼 개헌안을 제시, 야권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협치 시도 역시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 해부터 국회와 청와대를 잇는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끝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취임 9일 만에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하면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빠르게 협치에 나섰지만 문제는 인사였다. 당시 문 대통령의 행보에 발맞춰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가 매주 월요일마다 정례 회동을 하기로도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상태에서 통과되면서 협치 노력에 금이 갔다.

인사 과정에서 국회-靑 불통 심화

인사 문제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정부 들어 야당의 동의 없이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이상 고위 인사가 29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난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2005년 이후 야당 동의 없이 인사를 강행한 사례는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에 그친다.

특히 2020년 4·15 총선 이후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요식행위로 변질됐다. 주요 상임위 위원장을 독식하고 의석 숫자 역시 월등히 앞서면서 야당의 반대에도 여당은 단독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일삼았다. 문 대통령은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이후에는 “개혁성이 강할수록 인사청문회가 어렵다”라며 인사청문회를 대하는 야당의 행태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인사청문보고서가 여당 단독으로 채택되고 문 대통령의 임명이 이뤄지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야당의 논의가 단절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인사청문회법은 인사청문이 불발됐을 경우 대통령이 10일 이내의 시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하도록 규정했다.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을 설득하라는 시간인 셈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29명을 인사 강행하면서 야당에 10일의 시간을 보장해 준 것은 양승동 KBS사장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 때에 불과했다. 전체로 따져도 평균 4.8일에 불과하고 여당 단독의 인사청문회보고서 채택 이후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 한해서만 이틀을 유예했다. 3명을 임명 강행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번이나 10일 이상 야권의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했다.

여야정 협의체 등 정치적 해법 모색 필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독주’할 수 있는 발판이 됐던 지난 4·15 총선은 코로나19가 만들어준 기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일을 전후로해 전세계와 비교해 유독 한국에서 코로나 방역에 성공하면서 정부여당에 힘을 보탠 투표가 이어졌다. 코로나를 막아달라는 민심을 엉뚱하게 국회 독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1월 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여야 협치 복원이 다음 정부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통합을 언급한 만큼 후속 작업에 돌입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여론 상황에 귀를 기울이는 것 역시 필요하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이 180석 가까이 의석을 얻으면서 강하게 여러가지 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협의 과정이 부족한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라며 “21대 국회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앞으로라도 협치에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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