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패션 업체들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옴니채널 등 판매방식을 바꾸고, 마스크·방호복을 제작하는 등 사업구조에 변화를 주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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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패션업계 위기는 의류 협력 업체(벤더) 등 제조 단계부터 유통사까지 전반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패션·섬유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3% 급감한 7억6000만 달러(9142억 8000만 원)에 그쳤다.
1차적으로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겪자 의류 ODM(제조자 개발생산 방식) 업체의 원부자재 및 완제품 수입이 어려워졌다. 중국은 세계 의류·패션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 유럽 등 해외 대형 거래처가 코로나19 여파로 F/W 제품 등 주문을 취소하고 대금 결제를 늦추면서 국내 벤더 사들이 원단 수입비용·생산비 등을 고스란히 감당하게 됐다. 코로나19가 장기전에 들어가면서 기존 수출 계약 잠정 중단은 물론이고 신규 계약도 없는 상태다.
이미 의류업계에선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업부를 없앤 신성통상에 이어 풍인무역·신원 등도 해외 사업 담당 부서에 대한 구조 조정에 나섰다.
중소·중견 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곳도 급증했다. 국내 1위 선글라스 수입업체인 브라이언앤데이비드를 비롯해 2000년대 초반 미국 앤클라인 등을 수입 판매하던 성창인터패션, 골프웨어 업체 너트클럽, 핸드백 ‘피에르가르뎅’을 전개 중인 주영, 모자 제조·수출업체 다다씨앤씨 등 코로나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곳만 20여 군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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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의류 제품만 생산하던 소규모 봉제업체들부터 쌍방울, 한세실업 등 기업들까지 마스크, 방호복 등 감염병 관련 수요가 급증한 제품군 생산에 뛰어들었다.
의류 생산과 관련 없는 사업을 확장해 수익성 다각화를 꾀하기도 한다. LF는 육가공 제조업체 엘티엠푸드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고 F&F 등도 최근 벤처 투자 및 기타 금융 투자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영원무역홀딩스은 여행업을, 남영비비안은 휴게소 운영업·도서출판·물류용역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화장품 기업인 클린젠 코스메슈티칼(클린젠)의 지분 51%를 인수해 내년 초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다.
또한 비대면 소비 확산에 따라 온라인·옴니채널 등 판매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해외 패션쇼에 서울패션위크까지 모조리 취소되면서 서울디자인재단은 온라인 홍보나 해외 바이어의 온라인 수주 상담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역시 지난 5월 22일 서울 대치동 스파크플러스에서 패션기업 및 플랫폼 경영자 30여명과 함께 ‘스마트 패션포럼(Smart Fashion Forum; SFF)’을 개최하고 온라인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마스크, 방호복 생산을 늘린 덕에 영업이익은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선방하고 있는 편”이라면서 “의류 제조업체가 패션 관련 포트폴리오만으로는 더는 사업을 꾸려가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