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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평화협력원 사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개방을 통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인민들에게 베풀지 못했던 경제적 혜택을 안겨주면 오히려 권력이 더 공고해진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 전격적인 대화 국면에 나선 것은 이 같은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게 정 전 장관의 설명이다. 정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시장경제를 더 키워야겠다’는 결심으로 2016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발표했다”며 “핵-경제 병진노선 아래에서 빠르게 핵무력을 완성해놓고, 이걸 카드로 북미수교를 이뤄 체제안정을 보장받고 경제발전을 이룬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시간이 더 걸린다고 보고 압박을 이어가면 북한이 손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봤지만 틀린 계산이었던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작년말) 조용히 신년사 준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 의사를 밝힌 올해 북한의 신년사는 현재 남북 및 북미 대화 국면을 만든 전환점으로 꼽힌다. 그는 “역대 남북 정상회담을 보면 결국은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서 그치지 않고 북미 관계 개선까지 가려고 했다”며 “결국 북미 간 다리를 놓는 게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통일을 위해서도 북한의 경제발전이 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경제가 좋아져 우리와 격차가 줄어야 통일이 된다”며 “북한의 경제가 좋아지도록 하는 건 통일을 앞당기는 일”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가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외침 과정에서 생긴 ‘저항성’이란 민족성이 자리하고 있다”며 “북한에도 이 저항성을 경제부문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모멘텀만 만들어주면 빠르게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