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한 남편 고단한 모습에서 영감 얻었다"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 시부문 장원 이경자 씨
세탁소 소재 지치고 힘든 현실 섬세하게 어루만져
"남편 권유 도서관문학강좌 수강…문학소녀 꿈이뤄 기뻐"
  • 등록 2016-10-10 오전 6:04:00

    수정 2016-10-10 오전 11:57:47

8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연 ‘제34회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에서 시부문 장원을 수상한 이경자 씨가 수상 후 자신의 시를 낭독하고 있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공직에서 은퇴한 남편이 3년 전 동네도서관에서 ‘내 생애 작가수업’이란 프로그램을 다녀보라고 소개해준 것이 계기였다. 고등학교 시절 문예반에서 활동했지만 결혼 후 시를 쓰는 것은 잊고 지냈는데 습작한 지 3년 만에 큰 상을 받아 놀랍고 얼떨떨하다.”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2016 문학주간’ 개막식에 앞서 열린 ‘제34회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에서 시부문 장원을 수상한 이경자(63) 씨는 수상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얼떨떨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대학생을 제외한 23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은 10월의 대표적인 문학행사로 올해로 34회째를 맞이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동아쏘시오그룹과 수석문화재단이 후원한다. 국내 여성백일장으로는 가장 오래됐다. 특히 결혼과 취업 등으로 ‘문학소녀’의 꿈을 이루지 못한 중년여성이 대회에서 입상할 경우 작가로 등단할 수 있도록 문예지에 정식 지면을 주는 백일장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300여명이 참가해 각각 시·산문·아동부문에서 창작열을 불태웠다.

이날 ‘세탁소’를 소재로 한 시를 쓴 이씨는 남편의 권유로 뒤늦게 문학의 꿈을 키워오다 장원에 당선되는 경사를 맞았다. 이씨는 이근화 시인 등 5명의 시부문 심사위원들로부터 “낡고 더러워진 옷에 생기를 불어넣은 과정을 감각적인 비유로 탁월하게 형상화한 후 세탁소를 작은 기도원으로 그려내 지치고 힘든 현실을 보듬고 섬세하게 어루만졌다”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씨는 “‘그가/ 힘이 쭉 바진 채/ 후줄근하게 들어와 눕는다’는 첫 구절은 남편이 퇴근한 이후의 보여준 고단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큰 상을 받은 만큼 용기를 가지고 계속 시를 써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씨에게는 상금 200만원과 부상이 수여됐다.

34년 전 대회를 처음 만들어 지금껏 유지해오고 있는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은 “과학의 시대에도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감정이 따뜻해야 한다”며 “매년 백일장에 참가하는 여성들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더욱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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