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송인호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이 분석한 현재 주택 매매시장 상황이다. 실제로 전세난에 울분한 서민층이 매매로 돌아서면서 집값이 오르는 등 시장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부동산시장에 공식화된 ‘강남권이 살아나야 시장에 온기가 돈다’는 패턴도 깨지고 있다. 실수요자 움직임이 커지면서 강남 재건축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탓이다. 실수요자가 부동산 경기를 흔드는 주도 세력으로 바뀐 것이다.
움직이는 실수요자…시장 상황 바꿨다
이러한 진단은 현장 곳곳에서 내려지고 있다. 실수요자 밀집지역인 서울 강북구 미아동 드림공인 김성희 대표는 “강남과 상관없이 전셋값 부담에 실수요자가 움직이는 것”이라며 “싼 매물이 다 빠지고 가격이 오르자 벌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미아동 경남 아너스빌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는 3억 6000만원 선에 팔리다 최근 4억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서민층이 많이 사는 강서구도 마찬가지다. 등촌동 세계공인 관계자는 “그동안은 강남권 재건축 물건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강북권은 그 뒤에 영향을 받아 집값이 오르곤 했는데, 이번엔 강남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양상”이라며 “전세 물건이 없어 고가 주택을 사야하나 망설이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면서 아파트에 견줘 매번 이등주택 취급을 받던 다세대·연립주택에도 햇살이 비치고 있다. 거래량도 늘고 집값도 오른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9227가구로 지난해 1분기(8673) 수치를 넘어섰다. 지난해 서울과 경기권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전년도 1년치보다 40%나 많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실수요자들이 전세로 머무느냐 월세로 머무느냐, 아니면 아예 집을 사느냐에 따라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며 “지금은 실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집을 사면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
그렇다고 투자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활황기에만 해도 부동산은 투기와 투자가 혼합된 형태가 주를 이루며 강남권 재건축이 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1970년대 후반 강남 개발과 함께 시작된 부동산 투자 열기는 강남에 ‘부동산 불패 신화’를 낳으며 승승장구했다. 대부분 강남권 부동산에서부터 온기가 시작돼 서울 주변 지역, 그리고 수도권으로 퍼져나갔다.
투자 형태도 분명히 달라졌다. 목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예전엔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집을 사고 팔면서 가격을 올렸지만, 요즘엔 월세를 놓으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며 “그러다보니 소형주택 가격은 대부분 2008년 고점까지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주도 분위기가 끝났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장담할 순 없다. 박원갑 연구위원은 “현재 시장 활성화 분위기는 분명 강남권 개발 호재로 인한 것이 아닌 전세난으로 인한 역물결화 현상”이라며 “하지만 전세난이 가라앉은 후에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는 서초구 재건축 일반분양이 주변 아파트값을 끌어올려 집값 상승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송인호 연구위원은 “올해 재건축 일반분양이 이뤄지는 서초구 반포나 강남 개포지역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심리가 살아나 시장이 활황세를 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