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황병서 기자] “집회 열리는 날이요? 말도 마세요. 매출이 반토막나요.”
휴일이면 매번 진행되는 집회에 도심 상권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집회의 성지가 된 광화문의 경우 그 정도가 심했다. 인근 상인들은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까지 이어지는 ‘관광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매번 열리는 집회 탓에 오히려 주말이나 휴일엔 매출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토로한다.
|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오후, 광화문 네거리를 집회 참가자들이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 (사진=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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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광화문에서 만난 편의점 점주 박명자(가명)씨는 “집회가 있는 날이면 매출이 뚝 떨어지는 것은 이제 당연한 얘기”라며 “그나마 (집회를 관리하는)경찰들이 간식을 사가는 게 휴일 매출의 절반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집회 소음 등과 관련해 “처음에는 신고도 여러 번 하고 그랬는데 바뀌는 게 없으니 이제는 신고도 안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집회가 일상이 된 용산 인근 상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각지역 인근에서 15년째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지용(48)씨는 “(대통령실이 이전하기 전) 국방부만 있을 땐 조용하기도 했고 시끄럽지도 않았고 (박물관 등을 찾는) 관광객도 좀 있고 했다”면서도 “지금은 일반 손님들이 안 찾아온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집회 참가자들이 남긴 쓰레기나 곳곳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로 상인들의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 이처럼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미치고 있는 집회지만 정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 사례는 많지 않다. 실제 지난 2022년 집시법을 위반해 검찰에 넘겨진 이들 중 기소된 비율은 25.6%로, 전체 평균 기소율(40.2%)보다 크게 낮았다. 여기에 기소된다 하더라도 최근 2년간 벌금형 이상의 처벌이 내려진 사례는 없다. 이는 법정에서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다른 기본권에 대한 침해는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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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문제를 인식한 여권의 중진 권영세 의원(국민의힘)은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집회 소음 규제 및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은 “어떤 생각과 주장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표현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이라면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타인의 기본권과 공익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