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프리즘]카카오 피해보상, 법적 잣대로만 보지말라

  • 등록 2022-10-26 오전 6:15:00

    수정 2022-10-26 오전 6:15:00

[박주희 법률사무소 제이 대표변호사] 카카오가 멈추자 대한민국도 함께 멈춰버렸다. 누적 가입자 수 1억 명, 이른바 ‘국민 앱’이라 불리는 카카오톡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기관에서 업무용 메신저로 사용할 정도로 일상생활의 가장 일반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여기에 카카오택시로 택시를 부르고, 카카오페이로 돈을 주고 받으며, 카카오웹툰으로 만화를 보고 멜론으로 노래를 듣는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아침에 눈을 떠 저녁에 잠드는 순간까지 카카오와 함께하는 ‘카카오 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최장 기간 동안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셧다운 되자 곳곳에서 피해와 불편을 호소하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사적인 메세지는 물론 중요한 업무상 메일이나 메시지를 받지 못해 애먹은 이야기, 카카오로 예약과 주문을 받던 자영업자들은 주말 장사를 접어야만 했다는 이야기,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은 택시 호출을 받지 못하고 택시비 결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들이다.

이렇듯 카카오가 먹통이 되면서 카카오 이용자 개개인이 입은 불편과 불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기에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카카오에서는 대표들의 사과와 함께 피해접수창구를 마련해 피해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일부 변호사는 재빠르게 집단 소송 카페를 만들어 소송단을 모집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는 법적 관점에서도 사상 초유의 난제를 던진 듯하다. 우선 법적으로 카카오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한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하느냐다. 법률상 손해배상은 문제되는 사태가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상태와 문제의 사태가 벌어진 현재 상태의 차이를 배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람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그 손해를 금전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카카오웹툰이나 멜론 같이 일정 요금을 내고 일정 기간 동안 서비스를 받는 유료 서비스의 경우는 이용하지 못한 기간만큼의 요금이 먹통 사태로 발생한 손해로 볼 수 있기에 보상안 제시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채널 같은 무료 서비스에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를 금전적으로 입증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먹통 사태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손해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도 쟁점이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손해는 경험칙과 거래관념에 따라 일반적으로 생길 것이라고 인정되는 통상의 손해를 원칙으로 하며, 예외적으로 당사자의 개별적이고 구체적 사정 같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해서 청구할 수 있다. 손해의 범위가 무한정 인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리이다. 이 법리에 비춰보면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카카오톡의 먹통으로 예약이나 주문을 받을 수 없어 입은 손해 등은 대부분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 카카오측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배상이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카카오가 이용자의 개별적인 사정까지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특별손해를 배상받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카카오톡 외에도 다른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손해배상의 맹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무료 서비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승소 가능성을 적게 보고 있다.

다만 ’카카오 왕국’에서 카카오가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가치나 책임, 이용자들의 의존도를 고려해보면 새로운 법적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 적어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이용자들이 느낀 불편함에 대해서는 일부 위자료을 인정한다든지, 이용자들이 광고를 보는 대가로 수익을 내는 서비스는 ‘무료 서비스’로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이다.

‘대란’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번 카카오 사태는 이용자들에게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불편과 손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적인 잣대를 들이밀게 되면 법이 허용하는 한정된 손해만을 배상받을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손해와 범위를 입증해야 하는 건 이용자의 몫이 된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사법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시간과 비용 대비 비효율적이며, 적절하지도 않다. 그나마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피해보상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카카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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