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부산에는 고유명사처럼 불리는 대표음식들이 여럿 있다. 돼지국밥과 부산밀면이 대표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나 정통성에서 본다면 동래파전이 이들 음식보다 한 수 위다. 과거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리던 부산의 전통 향토 음식이어서다. 동래파전은 임진왜란 때 동래성에 침입한 왜군에게 파를 던져 왜구를 물리치고 전쟁에 승리한 뜻을 살려 먹던 음식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전쟁 후 동래 기생들이 부산으로 진출해 운영했던 요정의 술상에 으레 동래파전을 올려 ‘동래기생’이란 이름과 함께 유명해졌다고 한다.
동래파전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은 동래구청 바로 옆에 자리한 ‘동래할매파전’이다. 1940년대 동래시장에서 좌판을 깔고 동래파전을 팔기 시작했고, 이후 3대째 이어지고 있는 부산의 오래된 노포다. 지금의 자리로 옮긴 시기는 1960년대였고, 지금의 상호로 행정기관에 등록한 시점은 1975년이다. 당시 기장과 금정을 모두 포괄하는 넓은 지역이었던 ‘동래’에서 동래파전을 맛있게 부치는 곳으로 세 집이 유명했는데, 두 곳이 문을 닫으면서 그 명맥을 잇고자 ‘동래할매파전’으로 상호를 바꿨다고 한다. 파전을 부치는 무쇠로 만든 둥근 팬도 사용한 지 30년이나 돼 이 곳의 역사를 엿보게 한다.
동래파전은 다른 파전과 사뭇 다르다. 일단 녹두전과 달리 기름기가 거의 없다. 반죽은 곡물로 만들어 낸다. 가장 큰 차이는 마지막에 살짝 스팀으로 찌듯이 조리해 부드럽다는 것이다.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은 웰빙음식이 바로 동래파전이다.
동래파전은 간장이나 초장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동래할매파전은 동래파전의 특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음식점이다. 이 식당은 은근히 우려낸 진한 맛국물에 찹쌀, 멥쌀, 쌀가루 등 6가지 곡물로 이뤄진 반죽을 부산에서 특히나 잘 자라는 쪽파 사이에 넣어가며 부쳐낸다. 여기에 조갯살과 홍합, 굴, 새우 등 부산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물을 듬뿍 얹는다. 이후 뚜껑을 덮고 찌듯이 익힌 후 마지막으로 계란을 풀어 유기그릇에 담아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래파전은 바싹바싹하지 않고 촉촉한 식감을 낸다.
동래할매파전은 간장이나 초장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촉촉함이 느껴지는 달달한 파와 푸짐한 해산물이 간장과 초장이 만나면 더 깊이 있고 담백한 맛을 우려낸다. 여기에 부산 전통민속주 1호인 금정산성 막걸리와 곁들이면 최고의 조합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