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꺼냈던 중국 외교관의 음주측정 거부사건 얘기부터 이어 가겠습니다. 우리 경찰이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당사자가 외교관 면책특권을 내세워 신분 확인을 거부했고, 결국 서대문 도로상에서 무려 8시간이나 대치했던 사건이지요. 13년 전인 2007년 1월에 있었던 일로, 그 직후 제가 대사님과 부산의 어느 모임에서 만난 기회에 화제에 올랐던 내용입니다. 대사님께서는 아직 참사관 신분으로, 그때 닝푸쿠이(寧賦魁) 대사를 수행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당시 송민순 외교장관이 이 사건과 관련해 중국 대사관 측에 공개적으로 유감 표명을 했을 정도입니다.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관심을 끌었으니만큼 그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외교부 차원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당연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대사님께서는 “송 장관이 겉으로는 그렇게 얘기하고도 우리 대사관에 사과를 했다”고 응수했습니다.
문제는 요즘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한·중 양국의 접근 방식에서 비슷한 감정의 괴리를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태 초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 어려움”이라고 했고, 시 주석도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화답했지만 현실은 영 딴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가 빗발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머뭇거리는 사이 정작 중국은 한국인 방문객을 강제 격리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만이 아닙니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우리 정부가 중국에 굽실거려야 할까요. 아직 그 파장이 끝나지 않은 중국의 사드보복에서도 여실히 느끼는 굴욕감입니다. 중국의 조치에서보다 오히려 우리 정부의 굴종 태도에 국민적 자존심이 무너지는 배신감과 상실감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13년 전의 대화로 되돌아갑니다. “중국에 조선족이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지 아느냐”라는 대사님의 마지막 언급이 잊혀지지 않는 때문이지요.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지금도 확실히는 모릅니다. 그러나 요즘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의 집 대문에 빗장이 걸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 윤곽을 대략적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의미가 제발 틀리기를 바랄 뿐이지만, 그런 식이라면 시 주석이 조만간 방한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의 환영을 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이해하고 협력해야만 양국 관계가 원활히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사님께서는 양국 관계를 ‘운명 공동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실질적인 의미에서 서로 만족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