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초에 1.5캔, 하루 3만5000세트"…눈코 뜰 새 없는 '스팸 공장'

'설선물 1인자 스팸'…CJ 진천 공장 가보니
'밥도둑' 스팸, 32년간 캔햄 시장 1위 기록
밥도둑에서 가심비 채운 명절 선물세트로 우뚝
명절 선물세트 판매액 매년 10% 이상 늘어
“인기비결은 좋은 원료육과 꼼꼼한 품질관리”
  • 등록 2019-01-31 오전 5:30:00

    수정 2019-01-31 오후 6:58:45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CJ제일제당 진천육가공공장 전경 (사진=CJ제일제당)
[진천(충북)=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미국 전투식량에서 한국인의 밥반찬으로 발전한 스팸. 원래 스팸은 1929년 미국 대공황 이후 저소득층 소비자와 미군을 타깃으로 한 단백질 공급원 성격의 제품이었지만, 한국에 들어와서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았다. 1987년 CJ제일제당이 기술제휴를 맺고 고품질 캔 햄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로부터 30여 년간 스팸은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 기간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충족한 선물세트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지난 28일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CJ제일제당 진천육가공공장을 찾았다. 진천공장은 설 연휴를 앞두고 스팸 제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공장 앞은 스팸을 비롯한 CJ제일제당의 육가공 제품을 실어 나르는 대형 트럭들로 복잡했다. 스팸 선물세트를 싣는 차량이 가장 바빠 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 곳에서는 연간 1억 캔 이상의 스팸이 생산된다”며 “특히 명절 5개월 전 부터는 하루 평균 생산되는 스팸 선물세트 수만 3만5000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진천 공장은 김밥용 햄으로 익숙한 백설 사각햄부터 비엔나소시지 등 CJ제일제당 육가공 제품 대부분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려면 방진모와 방진복은 필수다. 마스크와 장화까지 착용하고 에어샤워(먼지제거장치)까지 통과하자 제조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입장만큼은 반도체 공장처럼 까다로웠다.

스팸 제조라인에는 50여명의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방진복 차림의 스팸용 원료육 손질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각자 긴 칼을 들고 있었다. U자형 컨베이어 벨트 위로 해동된 돼지고기 덩어리가 쏟아질 때마다 손놀림이 바빠졌다. 숙달된 칼솜씨로 돼지털과 연골, 잔뼈 등의 이물질을 컨베이어벨트 밑으로 분류해냈다.

명절 대목 3개월 전부터 스팸 제조팀은 더 바빠진다. 캔 식품이라는 특성 상 제조 후 바로 유통하는 것보다 쌓아놓고 물량을 푸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때가 되면 초당 1.5캔씩 스팸을 찍어내듯 만든다. 하루 2교대로 총 100여명이 투입돼 돼지고기 손질에 매달린다.

2년 간 스팸 원료육 손질을 담당한 직원 김모(43)씨는 “보통 연휴 2~3개월 전부터 바빠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명당 적어도 하루에 1000㎏이상 씩 손질해야 한다”면서 “숙달된 사람 아니고선 힘들다”고 전했다.

제조과정을 거친 스팸이 최종 포장단계를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손질된 원료육은 정제수, 소금 등 부재료와 혼합한 뒤 숙성 단계를 거쳐 알루미늄 캔에 담긴다. 완전히 밀봉된 상태의 스팸 캔은 120도 이상까지 오르는 고온·살균 레토르트 설비에서 열처리 과정을 거친다. 라벨링, 유통기한 날인 작업을 거치고도 엑스레이 이물 검사를 한 번 더 통과해야만 최종 박스 포장 단계까지 갈 수 있다. 스팸 1캔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숙성과정까지 포함해 약 이틀이 걸린다.

CJ제일제당 측은 스팸 원료 손질부터 박스포장까지 모두 사람 손을 거치는 만큼 내부 위생 관리나 이물 관리도 철저하다고 자부했다. 진천공장은 HACCP(해썹,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 2017년 7월에는 글로벌 인증기간인 SGS로부터 식품안전 시스템 인증을 받았다.

CJ제일제당 스팸 연간 매출액 추이.(도표=이미나 기자)
스팸은 최근 들어 인기가 더 많아지고 있다. 부담 없는 가격 때문이다.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좋은 가공식품 선물세트를 선호하게 됐다. 덕분에 진천공장에서 생산되는 스팸 제품 전체 매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15년 2800억원에서 2016년 3000억원, 2017년 3500억원, 지난해 41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역시 48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스팸 선물세트도 판매가 늘고 있다. 소비자가를 기준으로 2014년 1300억원에서 매년 15% 이상 늘고 있다. 이중 3분의 2는 설과 추석 명절에 몰려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설 시즌에도 스팸을 앞세운 3만~4만원대 복합형 선물세트 물량을 늘렸다.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 설 대비 15% 이상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스팸 제조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 호멜사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스팸 선물세트의 인기에 놀라워 한다”면서 “앞으로도 가격 대비 품질 좋은 프리미엄 스팸 선물세트로 명절 기간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 시즌 진천공장 직원들이 스팸 선물세트를 포장하고 있다.(사진=CJ제일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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