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이윤택 감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영화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으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여승무원 신체접촉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심지어 문단의 원로로서 노벨상 단골 후보자로 거론되던 고은 시인까지 후배 여성 문인들에 대한 성추문 사실이 드러난 마당이다. 그가 수원시로부터 제공받고 있는 작업실을 비워주기로 한 데다 서울도서관에 마련된 그의 기념공간이 다른 용도로 바뀔 것이라는 점에서도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이미 공개된 박범신 소설가의 사례까지 포함해 우리 문단에 중견 작가들의 성추행이 하나의 관습처럼 이어져 내려온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일시적인 폭로 움직임으로는 성추행 등 사회적인 여성비하 인식을 바로잡는 데 한계가 있다. 미투 운동에 동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에 대한 구설수가 이어지는 것이 그 증거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도 과거 술자리 발언이 유야무야되고 있으며, 여성 비하 표현으로 논란이 됐던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거취 문제도 그대로다. 아무리 문제가 불거져도 끗발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