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력자들 ''녹인'' 금발여인, 덫에 걸리다

中경제통신사 ‘신화파이낸스’ CEO 프레디 부시
3000弗 벌러 두 아이 데리고 대만行..천부적 사교술로 中실력자들과 인맥
불법거래·세금탈루 의혹 등 시련..내게 닥친 슬픈 상황, 새 기회로 삼는다”
  • 등록 2007-07-21 오전 10:42:11

    수정 2007-07-21 오전 10:42:11

[조선일보 제공] 전세계가 주목하는 경제 대국 중국은 이제 미국을 대신해 ‘차이니스 드림’을 속속 만들어 내고 있다. 중국 경제전문 통신사 신화파이낸스(新華財經) 공동설립자 겸 현직 CEO 로레타 ‘프레디’ 부시(Loretta ‘Fredy’ Bush·48)도 그 중 한명이다.

규정보다 관시(關係·인간관계)가, 논리적인 대화보다 한 잔 바이주(百酒)가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하는 중국에서 부시의 성공신화는 각별하다. 20대 미국인 과부의 신분으로 태평양을 건넌 그녀는 20여년간 천부적인 사교술을 바탕으로 중국 정·재계 실력자들을 하나씩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나갔다. 2000년에는 관영 신화통신과 연합해 독점적인 경제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화파이낸스는 현재 중국 내 기업들에 대한 실시간 뉴스와 신용평가 결과를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중국식 성공 신화’는 최근 커다란 역풍을 맞고 있다. 신화파이낸스 자회사 신화파이낸스미디어가 올 3월 나스닥(Nasdaq)에 상장한 이후 경영진 간 불법 거래와 세금 회피 의혹으로 미 국세청(IRS)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의 큰 성공 이후 부시의 회사가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는 1958년 미국 유타주의 모르몬 교도 집안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몸집이 작았던 그녀는 만화 캐릭터의 이름인 ‘들쥐 프레디(Freddy Fieldmouse)’란 별명으로 불렸다. 그녀는 이 별명을 부끄러워하는 대신 철자를 변형해 자신의 예명으로 썼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이 작은 소녀의 삶은 순탄치 않았던 것 같다. 그녀는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결혼해 16살에 첫 아들을 낳았다. 3년 뒤에 대학 1학년생이 된 그녀는 오토바이 사고로 남편을 잃고 졸지에 두 아이를 부양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대학을 중퇴하고 어려운 살림을 계속하던 그녀는 우연히 지인에게서 일자리를 소개받았고, 그게 그녀의 인생을 갈랐다. ‘영어 능통자 구함. 월급 3000달러. 직장은 대만 정부’.

1985년 이 20대 과부는 두 아이와 함께 훌쩍 대만으로 건너와 대만 정부에서 곡물 조달 업무를 시작했다. 중국어는 거의 하지 못했다. 그녀는 후에 “나는 두 아이를 가진 엄마였고,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만에 속해있다는 느낌을 전혀 가질 수 없었고, 죽은 남편과 아이들 생각으로 잠 못 드는 나날을 보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런 그녀에게도 기회가 왔다. 40여 년 만에 대만의 계엄령이 해제됐고, 경제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부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자재 구매 대행사를 차렸다. 외국 회사와 중국 본토의 사업을 중개하는 역할이었다. 그녀는 틈틈이 중국 경제와 증권 시장을 공부하며 진지한 사업가로 성장해 나갔다.

1990년대 초 부시를 포함해 중국 일대에서 활동하던 외국 사업가들은 거대한 중국 대륙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하기 시작했다. 중국 진출의 교두보인 홍콩으로 이주한 그녀는 중국의 정치인들과 접촉해 하나씩 관계를 만들어 나갔다. 독주로 건배를 올리며 중국 경제의 밝은 미래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젊은 미국 여성 사업가에게 중국인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그녀가 쌓아놓은 인맥이 빛을 발한 건 그로부터 10여년 후였다. 1990년대 후반 중국 정부는 서양식 금융 산업 이식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그 일환으로 공산당 통신기관인 신화통신에 경제 뉴스 부문을 신설하려 하고 있었다. 부시는 중국 금융 당국에 신화통신과의 합작을 제안했다. 부시는 평소의 인맥을 동원해 경제관료들을 설득해 나갔다. 회장 자리는 공동설립자인 중국인에게 양보했다.

결국 부회장과 CEO로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된 그녀는 런던증시 지수를 발표하는 FTSE그룹과 협력관계를 맺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에서 인재들을 끌어와 서구의 금융기법을 중국 대륙에 이식하기 시작했다. 신화통신을 통해 신화파이낸스 지분 60%를 소유한 중국 정부도 그녀의 활약을 느긋하게 지켜봤다.

하지만 중국 비즈니스 관행에 바탕을 둔 그녀의 성공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며 최근 신화파이낸스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수익을 위해 규모가 작은 통신사들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성과급으로 거액을 받아 동료와 나눠 갖고, 이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와이에 대규모 농장을 소유하고 승마를 즐기는 화려한 사생활도 구설수에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신화통신마저 신화파이낸스와의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부시는 꿋꿋하다. 그녀는 지난 7일 신화파이낸스 임직원들에게 보낸 내부문서에서 “나는 항상 나에게 닥쳐온 슬픈 상황들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 자신을 위한 새로운 기회 창조의 계기로 삼아왔다”며 “최근 나에 대한 공격들은 역경을 스스로의 힘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나 자신의 결심을 굳건히 할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녀는 3000달러짜리 일자리를 찾아 태평양을 건너왔을 때처럼 또다시 혼자 남았다. 그녀의 ‘차이니스 드림’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지인들과, 보다 투명한 경영을 요구하는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 다음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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