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부당한 명령에 대응하는 법

  • 등록 2024-07-16 오전 5:00:00

    수정 2024-07-18 오전 11:09:28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채상병 특검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젊은 해병대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실 규명에서 시작된 일이 대통령실의 외압 문제로 비하되면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이 소용돌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집어삼킬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도 우리가 따져봐야 할 문제는 젊은 해병대원의 안타까운 죽음이 어떻게 일어났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필자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현장 지휘관인 대대장이 위험을 감지했음에도 상관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고 나기 전날(2023년 7월18일) 사단장이 수변으로 내려가 수색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때, 채상병의 대대장은 다른 선배 대대장에게 “못합니다. 선배님. 이거 하면 안됩니다. 위험합니다”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했다. 직속상관인 포여단장에게도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럼에도 수색을 “정상적으로 하라”는 사단장의 압박은 계속되었다.

위험한 수색을 강요한 임성근 사단장에게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하지만, 현장 지휘관인 대대장의 책임 역시 적지 않다. 상급부대 지휘관은 현장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장에서 작업(작전)을 실행하는 실병 지휘관은 현장 상황을 고려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특히 인명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률적 책임은 현장 지휘관에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장 상황을 고려해 치명적인 피해 혹은 실패가 예상되는 명령이 하달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명백히 불법적인’(palpably illegal) 명령이라면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민간인 학살이나 고문이 이에 해당한다. 불법적인 명령에 대해서는 수명(受命)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방관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군 관련 법령에서는 적법한 명령에 대해서만 복종의 의무가 있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부당한 혹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 명령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명쾌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명령의 타당성이나 적절함은 결과론적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수명 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 지휘관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이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일단 수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상급 지휘관에게 ‘공식적인’ 재검토 요청을 올려야 한다. 적어도 세 번 이상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며 재고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명령이 번복되지 않는다면,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을 지낸 매슈 리지웨이 장군이 보여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의 공수사단을 로마에 투하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았다. 그가 보기에 자살공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편으로는 작전 준비를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줄기차게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직속상관은 말할 것도 없고, 작전 결정권자인 연합군 최고지휘관까지 찾아가 왜 그 작전이 불가한지를 설득했다. 결국 현장조사를 거쳐 그 작전은 취소되었고,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전쟁 상황이든 평시든 군대에서 명령 복종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위계적인 군대를 작동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재다. 그러나 모든 명령이 타당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바둑판식 수색처럼 위험한 명령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병 지휘관들은 딜레마 상황에 놓이게 된다. 수명하자니 병력이 위험에 빠질 것 같고, 명령을 거부하자니 자신의 군 경력이 절단 날 것 같은 두려움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리지웨이가 보여준 현명함과 고집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명령에 대한 복종이 군 조직이 유지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은 어느 누구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부당한 명령에 대해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혜로움도 훌륭한 지휘관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잘못된 명령에 복종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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