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능 '퍼즐식 풀이' 주입하는 기술자들

수능 해킹
문호진·단요|504쪽|창비
  • 등록 2024-07-03 오전 5:00:00

    수정 2024-07-03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사교육 업계는 지난 10년간 ‘수능 해킹’을 해왔다.”

‘수능 해킹’ 저자들은 수능을 정육면체 형태의 장난감인 루빅스큐브(퍼즐 큐브)에 빗대며 이같이 말한다. 사교육 업계가 색상을 뒤섞은 퍼즐을 원상복구하는 방식을 파헤치듯 수능 문제 패턴을 분석한 뒤 수험생들에게 그 패턴을 숙달시키게 하는 작업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평가원과 사교육 업계가 주고받는 상호작용 속 수능이 과거보다 훨씬 더 기괴하게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평가원의 출제 경향은 ‘난이도 조절 실패’라는 비난을 피하고자 고착화하고 있고, 사교육 업계는 그 틈을 파고들어 ‘퍼즐식 풀이’ 기술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 속 학생들이 “한 번 더”를 외치며 ‘N수’를 결정하고 사교육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필삼선’(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24학년도 수능 응시자의 ‘N수생’ 비율은 35.2%에 달했는데 이는 28년 만에 최고치다.

저자들은 수능이 반교육적인 시험으로 전락했다고도 비판한다. 사교육의 힘을 빌려 수능에서 고득점을 맞고 인기 대학에 간 뒤 교수에게 해답지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다. 갈수록 심화하는 지역별 교육 격차와 수능이 부의 대물림과 계급 재생산 통로로 쓰이는 현실 또한 꼬집는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공부 방법과 수능 체계 정비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게 책의 핵심 메시지다. 저자들은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해 제도적 변화를 이루어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학생들이 입시를 한정된 자리를 위한 경쟁이 아닌 대학 공부의 준비 단계이자 실질 지식을 배우는 과정으로 여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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