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 등쳐먹은 장염 사기꾼[사사건건]

“장염에 걸렸다”…자영업자 돈 뜯어낸 40대男 구속
115억 공금 횡령해 주식투자…7급 공무원 檢 송치
광주아파트 붕괴 현장 수색 재개…피해자 2명 수습
  • 등록 2022-02-05 오전 8:40:00

    수정 2022-02-05 오전 8:40:00

이데일리 사건팀은 한 주 동안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소개하고 기사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리는 ‘사사건건’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전국에 있는 식당과 카페, 반찬가게 등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장염에 걸렸다”고 속인 뒤 피해보상금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영세 자영업자들을 협박해 등쳐먹은 이 ‘장염맨’의 사기 수법은 악명 높았습니다. 법률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민사소송과 행정처분으로 장사를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해 전국의 음식점 관련 사장님들을 벌벌 떨게 한 장본인입니다.

이번 주 키워드는 △자영업자 돈 뜯어낸 40대 男 구속 송치 △‘115억 횡령’ 7급 공무원 검찰 송치 △광주아파트 붕괴 현장 구조·수색 재개 등입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장염 사기꾼 檢 송치…“피해회복 불가능…피해 규모 커질 듯”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 4일 사기 등 혐의를 받는 40대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습니다. A씨는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전국 식당과 카페, 반찬가게 등 수백 곳에 전화를 걸어 “음식을 먹고 장염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한 뒤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장염에 걸렸다며, 피해보상금 명목으로 점주들에게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뜯어내는 등 피해액은 총 8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리뷰와 평가가 영업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실제 만들어 판 음식을 먹고 탈이 났다는 항의 전화에 자영업자분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겁니다. 이 사기꾼은 이런 점을 악용해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해 가게 문을 닫게 하겠다”며 윽박지르기도 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줄이었는데요. 한 김밥집 사장님은 이 사기꾼이 법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압박했고, “동네 장사를 그렇게 해도 되느냐”, “고객 열받게 해서 좋을 게 뭐가 있느냐” 등 무한정 쏘아붙였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김밥집 피해 사장님은 사기꾼의 협박전화를 받고 충격으로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A씨는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며 검거를 피했지만, 경찰이 수사전담팀을 꾸려 추적한 끝에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에서 체포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매번 거처를 옮겨가면서 지냈는데 통신 추적 등을 통해 당시에 구미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고, 이후 탐문 수사를 통해 찾아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달 29일 사기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A씨에 대해 “죄질이 중하고 주거가 부정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피해 자영업자들은 A씨에게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해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A씨가 점주들로부터 받아낸 돈 대부분을 생활비로 쓰고 도박으로도 탕진해 남은 돈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이 사건 진술까지 확보한 건은 20곳 안팎인데 실제 피해는 100곳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당한 분들이 송사에 휘말리기 싫거나 사건처리를 원하지 않은 분들도 있고, 돈을 요구했으나 입금을 안 한 것도 꽤 많다”며 “앞으로 고소·고발이 더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강동구청 공무원 김모(47)씨가 3일 오전 서울 광진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식이 뭐길래…‘115억 공금 횡령’ 7급 공무원 檢 송치

서울 강동구청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사업 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구청 소속 7급 공무원 김모(47)씨가 지난 3일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횡령),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 행사 등 총 5개입니다.

검찰 송치 당일 오전 7시 34분께 회색 패딩 점퍼를 입고 패딩 모자를 뒤집어쓴 채 유치장에서 나온 김씨는 ‘혐의를 인정하나’, ‘주식손실을 메우려고 횡령했나’, ‘돈을 모두 날렸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다가 ‘공범이 있나’, ‘구청은 횡령 사실을 몰랐나’, ‘가족은 몰랐나’라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경찰은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이 모두 김씨 자리에서만 이뤄진 사실, 구청 관계자·SH·가족 대상 참고인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단독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7급 공무원인 김씨는 어쩌다 115억원 규모의 횡령범이 된 것일까요. 그는 주식투자로 진 개인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공금에 손을 댔습니다. 김씨는 경찰에 “공금으로 채무를 갚은 뒤, 주식으로 수익을 내 원래대로 공금을 돌려놓으려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씨는 자신이 사용하던 가족 명의의 증권계좌를 통해 차명으로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일부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주식 ‘미수거래’에 손을 댔는데 주식에 투자한 77억원 대부분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이 2000억원대 회삿돈으로 몰래 주식 투자를 한 것으로 확인된 사건과 판박이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처럼 부실한 조직 내 감시 체계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김씨가 범행을 감추려 공문서를 조작하기도 했지만, 구청은 횡령이 최초로 이뤄진 시점부터 약 2년 동안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4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27층 콘크리트 잔해에서 지난달 25일 발견한 매몰자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 아파트 구조·수색 재개…3번째 피해자 수습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매몰자 및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지난 3일 재개됐습니다. 26t짜리 콘크리트 잔해물 추락으로 작업이 중단된 지 32시간 만입니다.

붕괴 사고 발생 25일째에 접어든 지난 4일 오후 3시 28분께 3번째 피해자를 수습했습니다. 범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지역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붕괴현장 27층에서 콘크리트 잔해에 매몰된 공사 작업자의 수습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5시 54분께 28층에 매몰된 공사 작업자를 추가로 수습했습니다. 이로써 최초 실종자 6명 가운데 4명은 수습되고 1명은 매몰, 1명은 실종 상태입니다.

구조 당국은 26층에서 발견된 매몰자 1명을 구조하는 작업과 실종자 1명을 찾는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서 붕괴 사고 발생 나흘째인 지난달 14일 첫 피해자를 지하공간에서 수습했고, 지난달 31일에는 매몰자 1명을 추가 수습했습니다. 이들은 사고 당시 28∼31층 실내에서 창호·미장·소방설비 공사를 맡았던 작업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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