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판세분석]여당에 쏠린 수도권 표심… '북미정상회담·단일화' 변수

남북화해 무드·높은 與지지율로 '기울어진 운동장'
서울, 박원순 독주 속 김문수·안철수 단일화 '만지작'
네거티브 공세 속 이재명 경기 후보, 남경필 압도
"지방선거 무관심, 야권 '비판위한 비판'도 한 몫"
  • 등록 2018-05-31 오전 5:00:00

    수정 2018-05-31 오전 7:28:4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김미영 이종일 기자] 6·13 지방선거의 풍향을 좌우하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표심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쏠려 있다. 지난 2016년 총선 이후 여야 권력 지형이 완전히 뒤바뀐데다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청와대와 여당의 높은 지지율, 선거 직전 날 열리는 초대형 이벤트인 북·미 정상회담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는 여당 우위의 선거 판세가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3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 카드, 네거티브 공세도 불사하며 불리한 판을 흔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뾰족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북미 정상회담 취소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와 야권 대통합을 통한 보수 결집 등을 변수로 꼽고 있다.

(왼쪽부터)박원순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자유한국당,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사진=연합뉴스)
◇서울시장, 김문수-안철수 단일화 ‘최대 변수’

지방선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선거는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민주당 후보의 독주 체제가 굳건한 상황이다. 안정적인 7년 시정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역 프리미엄에다 여당의 지원 사격, 호불호가 크지 않은 지지층을 기반으로 초반부터 줄곧 단독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18~19일 서울시 유권자 8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원순 후보 51.2%,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13.6%,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15.5%, 김종민 정의당 후보 1.7%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마음이 조급한 건 줄곧 2~3위권에서 시소게임을 펼치는 김문수·안철수 후보다.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향방을 가르는 최대 승부처인데다, 당선돼야 향후 대권가도에 힘을 받을 수 있어 야권 입장에서도 사활을 걸고 있다.

선거 초반부터 불어온 ‘박원순 불패론’‘ 바람이 더욱 거세지자 최근에는 김·안 후보의 연대 가능성이 솔솔 점쳐지고 있다. 두 후보는 모두 “7년 간 서울시를 망친 박 후보의 3선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유권자들의 표가 집중될 수 있는 본인을 야권 대표 선수로 내세워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만 선거 막판까지 돌발 변수나 특별한 묘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단일화 가능성은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박영석 정치평론가는 “서울시장 선거가 그나마 양자 구도로 흘러 가려면 야권연대가 필요한데 이럴 경우 표의 이동성을 생각하면 안철수로 단일화를 하는 게 맞다”며 “보수정당인 한국당이 선거 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결단일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디펜딩 나선 남경필·유정복 ‘고전’

한국당 인사가 나란히 재선에 도전하는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선거 역시 여당의 우위가 뚜렷하다. 압도적으로 1위를 유지 중인 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경기 지사·박남춘 인천시장 후보를 따라잡기 위해 남경필 경기지사·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보수 결집에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에서 만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오른쪽)와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사진=연합뉴스)
경기지사 선거는 네거티브가 판을 치고 있다. 지난 29일 이뤄진 후보자 간 첫 TV 토론회에서 야권 후보들은 이재명 후보를 향한 인신공격에 열을 올렸다. 특히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논란이 된 ‘혜경궁 김씨’와 ‘형수 욕설’ 사건, 여배우스캔들, 성남FC 후원금 모금과 특혜 의혹 등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같은 논란에도 이 후보는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5~26일 도내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는 55.3%를 얻어 남경필 후보(19.7%)를 더블스코어 이상 앞섰다. 김영환 후보는 1.9%에 그쳤다.

인천시장 선거도 박남춘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과반이상 지지율로 고공비행하며 유정복 한국당 후보를 압도하는 분위기다. 기호일보·경기일보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6~28일 유권자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60.2%의 지지율을 기록, 유 후보(25.6%)를 두배 이상 앞섰다. 박 후보의 지지율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이후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동반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후보는 친노(노무현)·친문(문재인)계이고, 유 후보는 친박(박근혜)계라는 점에서 전·현 정권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선거가 공약과 비전 없이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교수는 “지방선거가 미세먼지, 교통, 교육, 경제 등 주민들이 생활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돼야 하는데 북한 이슈와 관련한 안보의식과 지나치게 연결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반론을 마련하지 못하고 ‘비판을 위한 비판’에만 치중하는 전략적 실패를 범한 것도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들과 관련해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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