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합격률 75% 제한에 응시자 누적
로스쿨 졸업생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데일리가 10일 전국 25개 로스쿨 홈페이지 공시된 ‘2014년 취업률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모두 1381명이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쿨 입학정원(2000명) 중 69%만 취업에 성공하고 나머지 31%는 졸업시험·변호사시험에서 탈락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정용상 동국대 법대 교수는 “로스쿨 졸업자들이 일할 수 있는 직역을 확대하고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높이지 않는 한 수천만 원에 달하는 학비를 들이고도 취업을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무부는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이 75%(1500명)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변호사의 과잉공급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로스쿨 졸업 후 5년간 변시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응시자는 매년 누적되는 구조다. 2013년 치러진 제2회 변시에서는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75.17%였지만, 지난해 3회 시험 때는 67.63%로 급감했다.
“법률시장 포화”vs“특성화로 직역 확대”
반면 변호사단체에서는 법률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변호사 배출인원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상훈 대한변협 대변인은 “변시 합격률 제한은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우리보다 인구가 2.5배 많은 일본도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 수가 1800명에 불과한데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변호사 배출인원은 지금도 많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변호사 배출인원은 로스쿨 1500명, 사법시험 200명을 합해 약 1700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로스쿨 출신 변호사 가운데 검찰·법원·로펌 등 법조 관련 취업률은 지난해 기준 42%에 불과했다. 학계에서는 변호사 취업직역을 공무원·기업·경찰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로스쿨 특성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변시 합격률을 더 높여 학생들이 로스쿨 재학 중 특성화 교육을 받을 시간을 확보해 줘야 취업할 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동 원장도 “한국외대 로스쿨 취업률(88%)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지방직 공무원이나 경찰 등으로 취업영역을 넓힌 측면도 있지만 특수 외국어에 강한 졸업생들이 많은 점도 작용했다”며 “로스쿨 학생들이 재학 중 특성화 교육에 집중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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