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에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홈런과 도루를 각각 3개와 2개 추가하면서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50-50 클럽에 가입하는 선수가 됐다.
오타니의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마운드에선 16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고, 타석에선 홈런을 펑펑 쏘아 올리며 상상만 해오던 기록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2021년에는 투타겸업하며 메이저리그 최초로 투수와 타자 올스타로 동시에 선정되는 기적을 만들더니, 2022년엔 베이브 루스 이후 104년 만에 두 자리수 승리와 홈런이라는 기록을 써냈다. 여기에 만장일치로 MVP를 두 번이나 수상한 것도 오타니가 유일하다. 150여년의 역사를 가진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타니의 기록은 그만큼 독보적이었다.
지금은 ‘완벽’ 그 자체다. 오죽하면 그를 ‘육각형 인간’에 빗댈 정도다. 완벽에 가까운 도형 육각형처럼 모든 면에서 최고치에 도달한 인간이란 의미다. 기업이나 스포츠 구단이 직원이나 선수의 역량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레이더 그래프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거미줄 그래프로도 불리는 이 그래프는 각 항목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 모든 면이 완벽한 상태가 바로 육각형이다.
그렇다고 오타니가 재능만 믿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성실하게 노력했다. 오타니가 고교 시절 작성한 ‘만다라트 계획표’가 그 증거다. ‘일류’가 되는 자기계발의 종합 교본으로 정중앙에 최종목표를 적은 뒤 8개 방향으로 조금씩 확장하면서 세부 지침을 상세하게 적어가는 방식이다. 또 운을 불러 모으기 위한 노력으로 ‘쓰레기 줍기’나 ‘인사’ 등의 항목도 추가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세웠던 목표 대부분은 이미 이뤘거나, 이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고 있다. 그가 신인 시절 말한 당찬 포부처럼 말이다. “제가 선수로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인간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즐거움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