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용사면 결정이 속전속결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소상공인 지원책을 놓고 금융권과 머리를 맞댄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 내부 곳곳에서는 철저하게 당국 주도로 신용 사면 정책이 이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사면은 금융사와 협의한 것도 아니고 일방적인 시행이라 그저 결정에 따르는 분위기다”며 “금융권의 ‘이자장사’ 논란 이후로 관 눈치 보기 급급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의 직접적인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저신용자가 고신용으로 둔갑할 우려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며 “신용평가모델 개발하는 은행입장에선 과거 연체 데이터가 없으면 애로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문제도 자연스레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앞서 은행권이 발표한 2조원 이상의 민생금융지원방안에 이어 이번 신용사면도 총선 정책을 위한 금융권의 ‘팔 비틀기’라는 시각이다. 반면 당국은 금융권 내 해묵은 논란거리인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안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당장 올해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 시기가 도래했는데, 총선과 시기가 맞물리자 관련 논의는 ‘올스톱’된 채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는 상태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선거철마다 나오는 단골 민생 공약인 만큼, 소상공인의 표를 좌우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당국도 섣불리 적격비용 재산정 개편안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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