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62) 지에스엘바이오 부회장 겸 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자생 약초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추출해 순수토종의 종균을 배양, 복합유산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산균 좋은 건 천하가 알지만 김 소장이 씨앗과도 같은 종균을, 복합유산균으로 만들어낸 후 보여준 성과는 놀랍다. 친환경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축산농가는 물론 산업현장의 악취를 잡고, 이제는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직접 지키는 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일본·중국·베트남 등으로 수출을 뻗어가며 지난해엔 ‘장영실 국제과학문화상 환경바이오시스템 공학 분야 대상’을 받기도 했다.
복합유산균 ‘바루’의 어머니…입소문 속 사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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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토를 살리고 수확량을 늘린 복합유산균의 효능은 입소문을 탔다. 그는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때 경기도 공무원들이 구제역을 피해간 일본 축산농가에 견학을 왔다가 제가 만든 유산균을 돼지들에 먹였단 걸 들었다더라”며 “이후 경기도에 배양장을 직접 만들어줬다”고 했다.
사업은 한동안 탄탄대로를 달렸다. 지자체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제주도에 본사를, 전남 강진에 생산설비 공장을 차렸다. 법인 설립 2년이 채 안돼 중국에 바루를 수출하고, 중국·일본에 배양시설을 수출하면서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지정돼 법인 설립 5년 만에 ‘백만불 수출의 탑’을 세웠다. 국내에선 제주도 도두하수종말처리장과 부산 신호동 쓰레기매립장 등의 악취를 잡았고, 제주도 도근천과 경기 왕송저수지의 녹조 문제를 해결했다. 최근엔 ‘바루’가 조달청 혁신조달품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는 피해갈 수 없었다. 김 소장은 “2019년에 중국 비료회사와 종균 300톤을 1억불에 수출하기로 계약했는데 이듬해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납품에 차질이 왔다”며 “올해 가을엔 계약이 제대로 이행될 것 같다”고 전했다.
회사는 최근 애완동물용 유산균제품, 비누와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더 넓혔다. 특히 비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처방전 없이 약국·편의점 등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 인증을 획득했다. 김 소장은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단 기능성을 인증 받은 셈”이라며 “미국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우리가 ‘온실 속 화초’처럼 연구소에서 배양한 게 아닌, 환경에 강한 복합유산균 종균을 자체 개발했단 게 독보적인 강점”이라며 “하루 40~50톤까지 빠른 배양이 가능한데다 쓰임도 무궁무진하다”고 자신했다.
종교인인 그는 업무노트에 ‘기도제목’을 이렇게 붙여놨다. ‘정직하고 바르게 이윤을 창출해 함께 일하는 임직원 가족과 더불어 잘 사는 기업이 되길 원합니다’,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농민과 기업, 나라를 돕길 원합니다’. 김 소장은 “녹조가 심한 곳이나 상수도보호구역 같은 곳엔 반값에라도 바루를 뿌려드리고 싶은 게 제 소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