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오랜 시간 이동 속도를 기술력의 척도로 여겼던 엘리베이터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엘리베이터 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도입된 엘리베이터도 시장에 등장했다.
20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엘리베이터 내 바이러스 전파 차단 기술 관련 특허출원 건수는 2019년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10년(2010~2019년)동안 관련 특허출원 건수는 연평균 15건에 그쳤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해엔 114건으로 크게 늘었다.
엘리베이터 내 공간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가 쉽게 일어나는 환경인 밀폐·밀접·밀집 등 대표적인 ‘3밀(密)’ 공간으로 꼽히자 이를 새로운 기술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난 셈이다. 이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이들의 불안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 현대엘리베이터의 ‘에어터치’ 사용 모습 (사진=현대엘리베이터) |
|
엘리베이터 업계에서도 이러한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파악해 엘리베이터 내 바이러스 전파를 최소화하려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접촉하는 부분의 접근을 최대한 막고, 내부 공기를 살균하는 등의 기능을 엘리베이터에 탑재하는 게 대표적이다.
업계 1위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일찌감치 접촉 없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가려는 층을 입력할 수 있는 ‘모션 콜 버튼’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또 올해 초엔 적외선(IR) 센서 기술을 활용해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목적 층을 입력할 수 있는 비접촉 버튼 ‘에어 터치’(Air Touch)를 선보였다.
최근 열린 ‘2021 한국국제승강기엑스포’에선 안면 기능 인식을 적용해 이용자가 열림 버튼이나 층수 버튼을 따로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도 공개했다. 이용자가 미리 얼굴을 인식해두면 엘리베이터가 스스로 이를 인식한 뒤 사전에 지정해놓은 층으로 움직인다.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이용자들이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도록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할 수 있는 블루투스 기술을 탑재한 엘리베이터를 선보이고 있다. 또 비접촉식 버튼·항균 발광 다이오드(LED) 램프·항균 패널 등으로 엘리베이터를 안전하고 위생적인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 지난 14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2021 한국국제승강기엑스포’에서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가 배달의 민족 배달로봇 딜리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
엘리베이터 업계는 이 외에도 여러 업계와 협업해 배달 음식이나 택배를 대리 수령하는 자율주행 로봇 등을 도입해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달 LG전자와 ‘로봇 연동 및 스마트빌딩 솔루션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양사의 기술을 교류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최대한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려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엘리베이터에도 언택트(Untact)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서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기술을 시작으로 여러 분야에서 엘리베이터의 변화를 꾀하려는 업계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