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비싸고 모임인원 제한까지.."명절상 시늉만 내야죠"

<명절 대목 맞은 전통시장·마트 가보니>
4인 가족 추석 상차림 전년보다 9% 오른 30만원 들어
한우 14% 시금치 8% 애호박 9% 고춧가루 10% 올라
소비자 75% “가격 오르면 구입량 줄어들 것”
물가부담에 음식 가짓수 구입액 줄이려 고민
  • 등록 2021-09-10 오전 7:00:00

    수정 2021-09-10 오전 7:00:00

[이데일리 김보경 전재욱 김범준 기자] “명절에 형제들이 각자 음식 장만해서 우리집에 모여 함께 나눠먹었는데 이번 추석에는 모이지 않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음식을 합칠 수가 없고 이렇게 비싼데 제수 음식을 혼자 차리기도 부담이고 올해는 전이나 몇가지 하고 시늉이나 낼 생각이에요.”

9일 오후 양천구 목동의 한 대형마트. 저녁 장을 보러 나온 중년 부부는 마트를 한바퀴 돌아보고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미 많이 오른 장바구니 물가에 혀를 내두르며 추석까지 남은 2주간 가격이 더 뛰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한숨 나오는 추석 물가…“음식, 더 줄여야죠”

자녀와 함께 장을 보러 온 30대 여성 주부는 동물복지달걀을 유심히 보다가 결국 가장 가격이 저렴한 달걀 한판을 카트에 담았다. 과일코너에서는 배를 만지작 거리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는 “요새 채소랑 달걀값을 보면 조리음식을 사먹는게 더 낫겠다. 추석 장보기는 아직 시간이 넉넉한 편이라 가격이 좋으면 미리 사두려고 했는데 벌써 너무 비싸다”고 했다. 달걀 매대에서 가장 싼 달걀 한판(30개)가격은 6400원. 동물복지달걀은 10개 들이가 7800원이었다. 배는 4~5개가 들어 있는 한 봉지에 1만1900원이었다.

전통시장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같은 시간 서울 성동구의 한 전통시장. 저녁거리를 사러 나온 50대 여성 주부는 “추석에 쓸 재료들 가격을 대략 보고 있는데 워낙 물가가 올라서 시장이라고 마트보다 특별히 싸지도 않은 것 같다. 음식 가짓수를 더 줄여야 하나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다른 60대 여성 주부는 “우리집은 작년부터 친척들 왕래없이 가족끼리 4명이서 명절을 보내고 있다”며 “간소하게 한다고 하는데… 올해는 고기만 사는데 10만원이 넘을 것 같아 얼마나 더 들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가가 올라 추석 상을 마련하는데 전년보다 9% 이상 비용이 더 든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추석 3주 전인 지난달 30~31일 서울 25개 자치구 88개 시장과 유통업체에서 추석 제수 용품 24개 품목의 구매 비용을 조사한 결과 평균 30만369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조사때 평균 가격 27만4768원보다 9.3% 높아지며 30만원을 넘긴 것이다.

▲9일 오후 서울 성동구 금호동3가 금남시장 내 한 청과 가게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4인 가족 차례상, 대형마트 30.8만원 전통시장 23.4만원

지난해에도 유례없는 긴 장마로 추석 물가가 높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 그나마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 4인 기준 차례상 비용이 평균 23만4804원으로 대형마트(30만8205원)보다 23.8% 저렴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의 농수산유통정보에 따르면 특히 축산물과 채소값이 크게 올랐다. 산적이나 국거리에 쓰이는 한우 양지 소매 가격(1+등급, 100g기준)은 지난 8일 기준으로 8203원으로 1년전 8060원보다 1.78% 올랐다. 한우 안심도 1만6272원으로 1년전 (1만4220원)보다 14.4% 올랐다.

시금치 1㎏ 가격은 1만7204원으로 1개월 전 2만원을 넘겼을때보다는 낮아졌지만 1년전 가격인 1만5945원보다는 여전히 7.9% 높은 수준이다. 애호박 1개 가격도 2225원으로 1년전 2032원보다 9.4% 뛰었다. 애호박은 한 달만에 2배로 뛰었다.

추석때부터 김장철까지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고춧가루(상품) 1㎏ 가격은 3만4900원으로 전년도 3만1497원보다 10.8% 올랐다.

다행이도 과일은 정부가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공급량을 늘린 영향으로 가격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다. 배(신고) 10개 가격은 3만2017원으로 1년전 3만3809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지난달 말 5만원대로 치솟았다가 최근 안정을 찾았다. 사과(홍로, 10개)는 2만5404원으로 전년 3만161원보다 15.8% 내렸다. 인기 과일인 샤인머스켓(2㎏) 가격도 4만5892원에서 3만9012원으로 15% 하락했다.

추석 물가 급등과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로 음식의 가짓수와 구입량을 줄이는 분위기다. 농촌진흥청이 소비자 87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추석 농산물 구입량은 가격과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올해 추석 농산물 가격 상승이 구입량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이 75.8%로 ‘주지 않는다’(24.3%)의 3배 수준이었다.

올해 추석 관련 농식품(선물 음식 제수용) 구입 예상금액은 34만2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3%, 2019년 대비 5% 감소했다. 구입금액 감소 이유에 대해서는 ‘(모이는) 가족 수가 줄어서’로 응답한 소비자가 45.7%,‘가격이 상승해서’가 32.4%였다.

▲9일 오후 서울 성동구 금호동3가 금남시장 내 한 채소·반찬 가게 모습.(사진=김범준 기자)
축산물은 추석 직전 구입이 유리…지역·온누리상품권 활용도

국민지원금은 상당부분 추석 장보기에 사용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소비자의 62%가 추석 이전에 국민지원금이 지급되면 50% 이상을 추석용 농식품 구입에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했다. 계획보다 구입액을 ‘1만~10만원 늘리겠다’가 28%, ‘11만~20만원 늘리겠다’ 16.4% 순이다.

조금이라도 싸게 장을 보려면 전통시장과 상가에서 지역상품권와 온누리 상품권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또 채소와 과일은 조금 일찍 축산물은 추석 직전에 구입하는게 좋다. 채소류는 1~2일전, 과일은 5일전부터 수요가 집중돼 가격이 더 오른다. 이 시기를 피해 채소류는 3~4일전, 과일은 일주일전쯤 구매하는 것이 좋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반대다. 1~2주 전에 선물용 수요가 증가한다. 추석을 직전에 구입하는게 더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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