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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청약제도가 당연한 듯 수십년 째 유지되고 있지만 이제는 폐지해야 합니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 교수는 지난 2007년 펴낸 저서 `88만원 세대`로 일반에 널리 이름을 알렸다. 우 교수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고, 2016년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을 맡았다. 우 교수는 현재 박용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싱크탱크인 온국민행복정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세금으로 집값 못잡아…청약제도 이제는 폐지해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그는 세금을 올려 집값을 잡으려고 할 때부터 실패는 예견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문 정부는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 보유, 양도 전 과정의 세금을 대폭 강화한 7·10 대책을 비롯해 공시지가 현실화 방안에 따라 공시가격을 급격하게 올리면서 부동산 세금 부담을 크게 늘렸다.
우 교수는 “미국의 경우 주(州)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부동산 실효세율이 1%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그렇다고 미국 주택가격에 버블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시장의 또 다른 문제로 청약제도를 꼽았다. 우 교수는 “청약제도는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에 도입돼 4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며 “그러나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자가 보유율은 55~60% 수준에서 왔다갔다할 뿐 높아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청약제도는 지난 1977년 서민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과 건설자금 마련을 위해 도입된 이래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청약제도가 자가 보유율을 끌어 올리는데 효과가 없고 정부가 주택 공급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제도를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게 우 교수의 지적이다.
우 교수는 “정부가 제도를 안정적으로라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현재는 청년층의 청약 기회를 확대하면 중년층이 반발하는 등 제도를 조정할 때마다 반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주도 시장이 돼버려 온 국민이 청약만 바라보고 줄을 서 있는 상황을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청약 제도를 없애고 주택도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알아서 사고 파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박용진 캠프에서도 이 같은 청약제도의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청약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쉽게 폐지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지역은 제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충격이 덜한 폐지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청약 제도 폐지로 주택 공급시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고 기본적인 제도와 인프라 확충, 임대주택 공급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 가격으로 주택을 사놓고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공공주택청의 신설을 제안했다. 우 교수는 “주택 가격이 쌀 때는 사놓고 비쌀 때는 시장에 공급을 하면서 임대뿐 아니라 가격 관리 역할도 할 수 있는 공공주택청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