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대둔산과 모악산 자락에 걸쳐 있는 전북 완주. 일찍이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자란 다양하고 풍부한 먹거리로 이름을 떨쳤다. 비록 옆 동네가 한국을 대표하는 맛 고장인 ‘전주’인 탓에 그 이름이 가려졌지만, 완주 또한 맛으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다. 한우고기구이와 육회를 필두로, 순두부백반, 로컬푸드밥상, 묵은지닭볶음탕, 민물매운탕 등이 완주를 대표하는 5미(味)다.
묵은지닭볶음탕은 완주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다. 토막 낸 닭고기와 묵은지에 감자, 양파, 대파를 넣고 매운 고추장 양념에 끓이는 사계절 음식이다. 완주에는 닭볶음탕 전문점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이 송광산장, 등산로집, 대승가든 등이다. 송광산장은 매운 닭볶음탕으로 유명하다. 시큼한 묵은지와 고추장, 고춧가루 양념이 삼박자로 잘 어우러져 칼칼한 매운맛을 낸다. 모악산 근처에 위치한 등산로집은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집이다. 닭볶음탕이 주메뉴지만, 일반 밥집으로 더 유명하다. 대승가든은 묵은지가 맛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 닭볶음탕에 무려 세포기의 묵은지가 들어있는데, 진득한 국물에 밥을 비벼 먹기를 추천하는 곳이다.
전북 완주의 대승가든의 묵은지닭볶음탕에는 3년 묵은 묵은지가 통째로 들어간다.
이번 여행길에 찾은 곳은 소양면 송광사 인근에 자리한 대승가든. 완주 시민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찐’ 맛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닭볶음탕의 후끈한 기운이 얼굴에 와 닿는다. 자리에 앉자마자 망설일 것 없이 묵은지닭볶음탕을 주문한다. 이윽고 커다란 항아리 냄비를 종업원이 들고 나오는데, 그 속에 묵은지와 토종닭이 가득 들었다.
상차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든 묵은지다. 3년 묵은 묵은지가 통째 들어있는데, 토종닭이 마치 이불을 덮은 듯 보이지 않을 정도다. 김치가 유난히 많은 이유를 물으니, 묵은지가 닭고기 씹는 맛을 담백하게 변화시켜 닭고기 고유의 풍미를 살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살코기 속에 밴 매콤한 맛과 묵은지의 새콤한 맛이 조화를 이뤄 입맛을 절로 돌게 한다. 진득한 국물 역시 입에 착착 감길 만큼 그윽하다. 맵지도 짜지도 않은 적당한 감칠맛의 양념과 깊은 맛을 내는 묵은지와 부드럽고 실한 닭고기의 조화가 절로 감탄을 부른다. 여기에 하나만 주문해도 세 네명은 거뜬히 배를 채우는 푸짐한 양도 매력적이다. 이 집 단골들은 항아리 냄비가 바닥을 드러내면, 볶음밥을 시켜 먹는다. 시큼하고 매콤한 맛에 배가 불러도 계속 숟가락이 멈추질 않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