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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민 기자]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집값은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분양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싸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로또 청약’이 강남에서 비강남권까지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로또 아파트’를 양산하고, 이는 다시 예비 청약자들을 자극하며 서울 전역을 청약 광풍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청약 열기가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 등 기존 주택시장을 다시금 들썩이게 하는 도화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신규 분양 단지가 대박이 나면 주변 시세 수준까지 프리미엄(웃돈)이 가볍게 따라 붙고, 향후 입주 때에는 새 아파트 프리미엄으로 재차 가격이 오르며 이는 다시 주변 시세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발 ‘로또 청약’ 비강남권으로 급속 확산
이 아파트 분양가는 전용면적 기준으로 59㎡가 7억원 초반~8억원 중반, 84㎡가 8억~9억원 초반대다. 인근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는 9억~10억원, 전용 84㎡는 13억원 선이다. 따라서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에 청약 당첨만 돼도 2억~4억원 가량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고, 입주 시점인 2021년 3월에는 새 아파트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서 차익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앞서 지난 주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분양한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상아·현대아파트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최대 1억원 넘게 저렴하게 책정되면서 올해 서울 최고 경쟁률을 갈아치웠다. 전용 46㎡형이 2가구 공급에 1839명이 청약에 나서 무려 919.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 아파트는 평균 청약경쟁률도 79.9대 1에 달했다.
분양 열풍에 집값 다시 들썩이나
연내 서울에서 분양하는 단지마다 로또 청약 열풍이 거세지면 이는 다시 기존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값은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특별공급 및 1순위 청약 주간(3월 19일~23일)을 전후로 전주 대비 0.26%~1.05% 올랐다. 또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가 자리한 당산동5가 역시 청약 주간(3월 26일~30일)을 기점으로 아파트값이 1.54% 급등했다. 청약 이전인 6주 연속 가격이 제자리걸음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청약 열기와 집값 상승률은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까지 약보합세를 이어가던 강남권 재건축 시장도 ‘래미안 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 청약 흥행을 계기로 가격 상승에 불이 붙었다. 당시 33대 1에 달하는 청약 경쟁률로 신호탄을 쏜 이후 분양한 재건축 단지마다 줄줄이 ‘청약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평균 100.6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일원현대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루체하임’도 45대 1의 높은 청약률로 분양 흥행에 성공했다. 이들 단지가 기존 아파트 시세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전반적으로 강남 집값을 끌어올리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하지만 로또 청약 열풍이 국지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분양 단지별로 개별성(단지 규모와 분양가 수준 등)이 있는데다 입지 및 개발 호재 등 지역 편차도 큰 만큼 청약 열기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