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지난 9일 오후 서귀포시 표선면 있는 한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쉴새 없이 아파트 매매 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개발사업이 가시화되자 희소성이 높아진 새 아파트뿐 아니라 기존 단지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말이다. 여기에 제2공항 부지 발표 등으로 인해 저평가돼 있던 땅값마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제주지역 부동산 열기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연초 주춤하는 듯 했던 제주도 부동산 시장 열기가 영어교육도시, 신화역사공원(복합리조트) 등 각종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다시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현대산업개발이 2012년 제주시 노형동에 공급한 ‘노형2차 아이파크’ 아파트 전용면적 115㎡의 분양가는 3억 9000만원대였지만 지난달 2배 이상 뛴 9억원에 매매됐다. 또 이달 현재 전용 84㎡ 시세는 8억~8억 5000만원으로 분양가(기준층 3억 678만원) 대비 3배 가까이 치솟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서울 강북에서 아파트 값이 비싼 마포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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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도 고공행진..외국자본 유입 버블 유의해야
땅값 상승세도 멈출줄 모르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제주도 땅값 상승률은 지난 2011년 0.91%에서 지난해 7.56%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1.16%에서 2.4%로 상승한 전국 상승률보다 월등히 높다. 또 올해 7월까지 제주도의 누적 땅값 상승률은 6.12%로 전국(1.49%)의 4배가 넘는다. 지난해 발표된 제주 제2공항 후보지 주변(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난산·수산·신산·온평리 등)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제주 땅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온평리 주민 현모(46)씨는 “살고 있는 땅이 공항부지에 포함되면서 3년 전 3.3㎡당 10만원에서 현재 1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이 일대 토지주들은 죽을 때까지 땅을 팔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다닐 정도로 지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외국자본 투자도 제주도 땅값 상승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서귀포시에 조성 중인 신화역사공원(1조 9623억원)에는 외국계 기업인 홍콩의 란딩국제발전유한공사와 싱가포르 기업 겐팅 싱가포르의 합작 법인인 람정제주개발이 투자했고, 제주헬스케어타운(1조 5214억원)도 중국의 녹지그룹이 사업비 중 1조원 정도를 조달한다. 하지만 외국 자본 유입에 따라 집값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중국인들의 자본유입, 수요 증가와 맞물려서 제주도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다”며 “글로벌 자본 투입이 늘수록 과잉투자로 이어지고 주택가격에 거품이 낄 수 있는 데, 훗날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 집값이 폭락할 수 있어 무분별한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