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역에서 불거진 야권 분당의 불똥이 서울에까지 튀었다. 서울 광진갑은 김한길 현 의원으로 대표되는 국민의당과 전혜숙 전 의원으로 대표되는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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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셀 것 같았던 국민의당 창당 바람이 예상 외로 수도권에서 미미하면서 김 의원은 광진갑 수성에도 버거운 형국이다. 전지명·정송학 두 새누리당 예비후보 측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의원은 전 전 의원을 포함한 3자 구도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남 지역에서는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상대로 선전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생각보다 영향력을 못 보이고 있는 탓이다. 군자역 근처에서 만난 40대 최모씨는 “야당이 갈라져서 싸우면 표를 줘봐야 사표가 될텐데 차라리 투표를 포기하고 말겠다”면서 야권의 통합을 촉구했다.
그러나 19대 총선에서 비롯된 김 의원과 전 전 의원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 야권 연대가 수월치 않은 지역이 광진갑이다. 전 전 의원이 금품 수수 혐의로 공천이 취소된 사이 김한길 의원이 전략 공천을 받으면서 운명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후 광진구청장 선거에서도 전 전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김 의원 측도 배수진을 친 것은 비슷하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김 의원은 안철수 대표나 김희철 전 의원 등과 함께 서울 지역 당선을 바라볼 수 있는 거물급 정치인이다. 신당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라도 김 의원의 수성이 필요하다. 4선 의원인 만큼 비례대표 이후 지역구 의원을 노리는 전 전 의원이나 초선에 도전하는 전지명·정송학 새누리당 후보에 비해 지명도가 높다.
군자로에서 만난 30대 중반 최모씨는 “지겨운 여야 다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신진 세력이 되길 바란다”며 김 의원의 수성과 국민의당을 응원했다.
야권이 장외에서 격전 중이라면 여권은 장내에서 공천권을 노리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김홍식 후보가 선거를 포기하고 당협위원장인 전지명 후보와 광진구청장 출신 정송학 후보가 양자구도로 나서고 있다. 두 후보는 각자 장점을 앞세워 공천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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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후보는 광진구청장 재임 경력을 앞세우고 있다. 정 후보는 “재임 4년 동안 국내외에서 125차례 수상했고 받은 인센티브만도 73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중앙 정치에만 신경써온 김 의원 대신 광진구 지역 대표로서 민생 현장과 호흡한 것은 바로 저”라고 강조했다.
특히 야권 연대가 어려울 경우 표의 분산으로 새누리당 후보가 생각보다 수월하게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도 있어 두 후보의 공천 다툼은 본선 못지 않게 치열할 전망이다. 물론 두 후보 측은 모두 “야권이 연대할 것이라고 보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면서도 “연대를 하더라도 내(새누리당)가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16대 이후 광진갑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의원 뱃지를 나눠 달았던 지역이다. 김영춘 전 의원이 16대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17대는 열린우리당(현 더민주) 소속으로 재선했고 이후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이 18대에 당선됐다.
20년째 군자동에 거주한다는 70대 엄모씨는 “이 지역은 노인 인구가 많아 여당색이 좀 있는 편”이라며 “이번 선거는 새누리가 되지 않겠나”고 야권의 패배를 점쳤다. 정 후보 측 관계자도 “광진갑은 40대를 기점으로 20~30대와 50대 이상 인구가 반반으로 나뉜다”며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적으로 젊은 층이 적은 편”이라고 필승을 다짐했다.
한편 광진갑에는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 이정희 후보와 무소속 백승원 후보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 후보는 뮤엠영어구의교습소 원장, 백 후보는 광진구 지역발전협의회 준비위원장, 부정축재재산 영구시효없는 몰수법 개정 준비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