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아도 유언과 비슷한 효력을 가진 신탁상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현금·유가증권·부동산 등의 자산을 맡기고 살아있을 때는 운용수익을 지급받다가, 사망한 이후에는 미리 계약한 내용대로 자산을 분배·상속하는 금융상품이다. 위탁자는 피상속인이 될 사람이고, 수탁자는 신탁 인가를 받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이 된다.
갈수록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많은 시니어들이 유언대용신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 은행에 상속 절차를 맡기는 유언대용신탁의 규모는 1년 사이 급성장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3월말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3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고 한다. 2020년 말 8800억원에 불과하던 유언대용신탁 수탁 규모의 증가속도가 무섭다. 유언대용신탁의 서비스는 자산의 운용·분배만에 치중하지 않고, 유산정리서비스, 금 실물 투자서비스, 유언장 보관서비스 등까지 확대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1인 노인가구가 많아지고, 치매에 걸렸을 때 자산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사정 등을 시니어들이 인식하면서 상속신탁의 수요는 매우 늘어날 것이다. 고령층이 늘어나면 사망자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어 상속금융상품은 더 인기가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상속은 신탁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사회도 앞으로 상속재산에 대한 분배나 지급업무를 금융기관이 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언대용신탁의 장점은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아도 위탁자의 의도대로 위탁자의 자산을 관리하고 사후에 지정한 수익자에게 분배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피상속인이 유언장을 남기고 사망했을 때에 위험성을 상당 부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다.
그러나 유언대용신탁이 모든 상속분쟁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유언대용신탁의 내용이 한 상속인에게 모든 재산을 주는 것으로 돼 있다면 나머지 상속인들의 유류분 침해문제가 생길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최근 유류분에 대해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그러나 헌재가 유류분에 대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제도로 인정하고 있고, 앞으로 국회에서 새롭게 유류분 제도가 개선될 예정으로 유언대용신탁에서도 유류분의 문제는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유언대용신탁의 문제점은 아직까지 절세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상속세 등의 절세를 원한다면 다른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언대용신탁으로 지급받은 재산도 모두 상속재산이 돼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언대용신탁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속세 감면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유언대용신탁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의 도움으로 상속인들 간의 상속분쟁의 방지를 위해 유언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언대용신탁의 효용성은 높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