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몬테네그로 대법원이 5일(현지시간)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씨에 대한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애초 미국 인도 결정을 내렸다가 한국 송환으로 번복했던 원심 결정이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뒤집힌 것이다. 이에 따라 권씨는 미국행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하지만 최상위 법원인 대법원의 법리 해석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앞서 대검찰청이 하급심의 한국 송환 결정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대검찰청은 범죄인 인도국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인데, 하급심이 그 권한을 넘어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며 대법원에 적법성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법원은 대검찰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무부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법무부 장관만이 권도형씨를 어느 국가로 인도할지 결정할 법적 권한이 있는 유일한 당사자임이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이 법원이 아닌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는 대검찰청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은 그간 수차례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드러낸 만큼 권씨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권씨에게는 그만큼 불리한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권씨는 미국으로 인도돼 뉴욕에서 재판받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