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난해 미국 증시를 이끌어온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Seven·M7)’에서 테슬라와 애플이 탈락 위기에 직면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아마존, 메타, 알파벳(구글 모기업)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이들 종목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월가에선 애플과 테슬라의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두 종목을 뺀 ‘페뷸러스(Fabulous 5·F5)’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뉴욕 애플 매장 입구에 애플 로고가 그려진 모습.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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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MS 주가는 이날 장중 1% 이상 상승하며 주당 404달러를 터치, 시가총액 3조달러(약 3996조원)를 돌파했다. MS가 시총 3조달러를 뚫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에서 애플에 이어 두 번째다. MS가 애플을 시총 1위로 등극한 지 2주 만에 이룬 성과다.
애플이 1위 자리를 다시 가져갔지만, MS의 추격전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장 마감 기준 시총은 애플이 3조73억달러, MS는 2조9919억달러다. MS는 올 들어 7%대 상승하며 한때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 시가 총액 자리를 탈환했다. 반면 애플은 1%대 오르는 데 그치며 가까스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MS가 극적인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배경은 기술주 랠리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대한 투자다. 오픈AI의 기술을 사용, 주력 생산성 소프트웨어 제품의 최신 버전과 빙(Bing) 검색 엔진을 출시했다. 특히 오픈AI 투자는 구글 모기업 알파벳, 아마존, 오라클, 메타 등 다른 빅테크와 견줘 AI 사업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반면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 수요 둔화에 직면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중국 화웨이 등 현지 라이벌 기업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매출 증대를 위해 고객에게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하는 등 어려움에 처해있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애널리스트 브래드 리백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AI 낙관론이라고 생각한다”며 “애플은 아이폰 판매 성장률과 보급률에 대한 우려와 함께 명확한 AI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전기차 1위 테슬라도 올 들어 주가가 16% 이상 빠지며 휘청거리고 있다. 고금리로 전기차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데다, 비야드(BYD) 등 중국 기업들의 약진으로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실적은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24일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51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 256억달러를 밑돈 수치다. 영업이익은 29억6400만달러로 전년동기 47% 줄었고, 주당 순이익도 71센트로 전년동기 대비 40% 줄었다. 이 역시 월가의 예상치(74센트) 보다 낮았다. 문제는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24일 주주 서한에서 “올해 차량 인도 증가율은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차세대 차량 출시를 준비하면서 지난해 달성한 증가율(38%)보다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면서 연간 차량 인도량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매년 40~50% 성장 가이던스를 제시한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모닝스타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세스 골드스테인은 성장세 둔화와 관련해 “테슬라는 50%, 심지어 30~40% 성장하는 시대가 이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월가에선 애플과 테슬라의 잇따른 주가 하락에 이들 종목을 M7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종목을 F5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애플과 테슬라를 덜어내고 F5와 함께 AI 테마에 초점을 맞춘 투자 전략이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최고경영자(CEO) 겸 포트폴리오 매너지인 제이햇필드는 “지금 시장을 이끄는 테마는 M7이 아니라 AI”라며 “투자자들 입장에선 이 5개 종목과 함께 클라우드, 반도체 등 AI붐이 주도하는 브로드컴, AMD 같은 AI종목을 바스켓에 함께 묶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