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리디 ‘반쪽’제목은 하이틴 로맨스물 같지만, 정작 진중하면서 아주 무거운 로맨스물. 그럼에도 매력적인 세계관에 흡입력 있는 전개로 몰입감이 상당한 웹툰. 리디에서 연재 중인 ‘반쪽’이 그 주인공이다. 일단 세계관 자체가 참신한데, 동양풍 세계관에 ‘율족’이라는 신비스로운 일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천녀의 피를 이어받아 외모가 대대로 출충하고, 때문에 인간세상에서 탐욕의 대상이 되는데 이 같은 배경이 처음부터 주인공에게 강한 동정을 느끼게 해준다.
‘반쪽’은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블코믹스다. 지난 9월부터 리디에서 독점 연재 중인데, 한달만에 평균 별점 4.8점(5점 만점)을 받았다. 우선 가장 눈길을 사로 잡는 건 스토리 이전에 작화다. 작화가 상당히 수준급인데, 단순 순정만화 처럼 표현하는 게 아닌, 각 캐릭터별로 개성을 100% 끌어올렸다. 남주인공인 ‘염왕’의 경우 강한 수컷의 향이 짙게 배인, 마초적인 성인 남성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는데 많은 독자들 사이에서도 “섹시하다”는 평이 나온다.
또한 대부분의 로맨스판타지가 서양 배경인 가운데, ‘반쪽’은 철저하게 동양적이다. 황제, 궁궐, 후궁, 그리고 동양식의 계급 사회를 제대로 표현했다. 매번 서양 배경의 로맨스판타지를 보다가 동양미가 물씬 느껴지는 작화를 보니 신선했다.
15세 등급이긴 하지만 ‘반쪽’은 상당히 농밀한 웹툰이다. 여주인공 ‘설하’와 염왕 ‘무온’의 러브신, 그리고 황제 ‘윤검’과 후궁들과의 러브신 등 작품 곳곳에 농밀한 장면들이 수차례 등장한다. 원작 소설은 더 선정적일 텐데 웹툰은 이를 최대한 억제했다. 그럼에도 작품 자체에 흐르는 분위기가 농밀해 전체적인 흐름을 바꿀 순 없었던 듯 하다. 하지만 일부 장면을 위한 성인 웹툰 아닌, 극중 서사에 필요한 부분들을 그려낸 것이어서 크게 부담스럽진 않았다.
등장인물의 서사와 관계도 눈여겨 볼만하다. 미모 때문에 화를 입은 여주인공 설하, 저주로 인해 황위를 승계받지 못하고 전쟁터를 떠도는 남주인공 무온 등 등장인물들의 사연은 깊은 감정이입을 이끈다. 계급을 뛰어넘는 세 주인공의 엇갈린 삼각관계는 물론 욕망으로 가득찬 쌍둥이 형제간 갈등과 저주 등 지독하게 얽힌 인물들의 관계가 몰입을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