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마저 명문화하지 못하면서 문 대통령의 구상에 보다 시일이 걸릴 수 있으리란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블링컨 장관, 문 대통령, 오스틴 장관.(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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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50분간 청와대 본관2층 접견실에서 블링컨·오스틴 장관을 맞이하고 한미 공동의 포괄적 대북전략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답은 원론적인 데 머물렀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접견 이후 브리핑에는 “미측도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열린 자세로 동맹국인 한국과 계속 긴밀히 소통해나가겠다고 했다”고만 표현됐다.
블링컨 장관이 전한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도 원론적인 수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한미동맹이 얼마나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강조해달라”면서 “우리가 함께 동맹에 대해서 재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동맹을 좀 더 키워나가고 강화시켜 나가는 부분 또한 중요하겠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공감대를 표한 ‘포괄적 대북 전략’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다.
심지어 블링컨·오스틴 장관과 정의용 외교·서욱 국방 장관이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으레 북핵 문제에 대해 표현했던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 정착’이라는 문구마저 빠졌다. 바이든 행정부 대북 전략의 변화 조짐이 엿보이는 대목으로, 임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에 대해 완전히 조율된 전략을 추진한다는 표현에 함축됐다”고 했다.
블링컨·오스틴 장관이 문 대통령을 예방하는 자리에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북한 인권 문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청와대 관계자가 언급한 “우선 해결해야될 일”을 놓고 바이든 행정부와 이견을 보일 공산이 크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는 양측이 모두 빠른 시일 개최에 공감대를 보이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남겨뒀다는 부분이 긍정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4월 화상으로 개최되는 기후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도 “기꺼이 참석하겠다”고 화답했다. 대면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한미정상회담 개최해야 한다는 데에서는 공감대가 있다”라며 “한미간 전략적 소통의 모멘텀을 살려나가면 가까운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