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2년]산업 소홀히 한 신재생 보급… 짙어진 '명암'

올해 태양광 보급목표 지난 7월 조기달성 '속력'
급속 추진에 부작용 속출… 잇단 ESS화재 논란
적극 장려했던 정부, 피해는 중소 ESS업계 전가
“속도에만 매몰, 세세하게 짚어보며 내실 기해야”
  • 등록 2019-10-22 오전 5:00:00

    수정 2020-03-16 오전 11:51:56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중소 에너지저장장치(ESS) 업체 A사는 최근 5개월간 총 150억원 규모의 ESS 공급 계약건이 잇따라 취소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달 이어지고 있는 ESS 화재로 인해 30여곳에 달하는 중소형 태양광발전 사업장들이 ESS 구매 계약을 집단으로 철회하면서다.

ESS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연간 매출액의 30%에 가까운 계약건들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지난 6월 정부가 화재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명확한 원인을 지목하지 못하면서 A사와 같은 중소 ESS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이다. A사 임원은 “화재 문제를 확실히 밝히지 못한 정부와 배터리업체들로 인해 중소 태양광사업자들과 중소 ESS업체들만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보급만 급속도로 늘려놓고, 정책 집행의 문제점에 대해선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 등을 골자로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이 만 2년을 맞았다. 지난 2년여간 신재생에너지 비중과 저변을 확대시키긴 했지만 ‘과속 추진’으로 곳곳에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급 속도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산업생태계 육성과 보호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신규 태양광 설비는 총 1.64GW로 올해 태양광 보급 목표치인 1.63GW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태양광 보급 목표치(1.42GW) 달성시기인 10월초와 비교해도 2개월이나 빠르다. 정부는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짜고 2년간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속도가 빠른 만큼 이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늘고 있는 게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ESS 화재다. ESS는 정부가 신재생발전 확산을 위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설치를 적극 장려했던 시스템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총 26건의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하며 중소 태양광발전사업자·ESS업체들만 고사위기에 몰렸다.

ESS 산업생태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산업도 마찬가지다. 태양광 잉곳·웨이퍼를 만드는 웅진에너지(103130)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넥솔론은 파산을 겪었다. 풍력발전 시장은 이미 외국계 업체들에게 잠식당한 상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산업생태계를 육성하는 종합계획 없이 보급 속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자칫 잘못하다간 자국 재생에너지 시장이 다 죽어버린 영국의 뒤를 따라갈 수 있다”며 “정책 운용 과정에서 세세한 부작용들을 짚어보고, 해결하면서 속도 조절을 해야 ‘재생에너지 3020’ 비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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