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작년 어느 일요일에 경험했던 일이다. 휴대폰으로 주말에 어떤 뉴스가 올라와 있나 궁금해서 습관적으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봤는데 새삼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마트’ ‘△△마트’ 대형마트 휴무일이 검색어 상위에 올라있었다.
몇 년 전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정부가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을 대형마트 강제휴무일로 정한 이후 마트가 문을 닫는 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그럼에도 격주로 문을 열고 닫는 탓에 휴일이면 장보기에 앞서 휴무일인지 아닌지를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대형마트 휴무일을 궁금해 한 소비자들은 과연 재래시장을 몇 번이나 찾았을까.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니 ‘과연 이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특수한 한국의 유통구조와 기이한 현상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최근 일본의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이 일고 있는 모습이 겹쳐졌다. 도쿄 23구중의 하나인 다이토구의 재래시장(일본에서는 상점가라고 부른다)에서 지난달 시작된 ‘제1회 마을 세미나’가 그것인데, 그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다이토구 내 오카치마치역 주변의 골목상가에서 행해지고 있는 마을 세미나에서는 생선가게, 튀김집, 피자집, 주류상, 애완동물상점 등 총 10개 점포가 참가해 마련한 23개의 강의가 성황리에 열렸다. 세미나의 내용은 다양했다. 튀김집 사장이 직접 전하는 ‘이틀 된 튀김을 맛있게 요리하는 법’, 제사 도구집에서 강의한 ‘알아두면 손해 없는 좋은 제사상이란?’, 창업 100년이 넘은 주류상이 주관한 ‘유쾌한 술 시음 입문’과 ‘초보자도 쉽게! 술 선택의 요령’ 등 각 점포의 특징을 살린 내용으로 꾸며졌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이 생선가게였는데 ‘5대째 생선가게 주인의 능숙한 생선 선택법’이란 강의에서 참가자들은 직접 싱싱한 생선을 보면서 좋은 부위 고르는 법과 중국산·국산을 판별하는 법, 생선요리를 제대로 즐기는 노하우 등을 배웠다. 또 나중엔 시식까지 할 수 있어 인기가 최고였다. 식당 주인은 원래 일회성이었던 계획을 수정해 2·3차 강연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세미나를 ‘제미’라고 부른다. 점점 사라져가는 재래시장의 부활을 꿈꾸며 진행하게 된 이 ‘제미’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진정한 ‘재미’를 선사했다. 주최 측은 이 행사가 전통시장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얼마 전 신문에서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신청 경쟁률이 최고 80대1까지 치솟았다는 기사를 보면서 백화점들이 서로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또는 빼앗기 위해 치열한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한국 재래시장의 모습이 일본 상점가의 신선한 움직임과 대비됐다.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정경쟁 차원에서 대형상가의 영업일수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자생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마트 휴무일이 아닌 재래시장 스타 사장님 이름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