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무섭다. 거래는 뜸한 편이지만 호가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울 주택시장이 ‘거래량 감소 속 가격 상승’이라는 비정상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거래량이 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셋째주(11월20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0.18% 올라 전주(0.09%)보다상승폭이 두배로 커졌다. 양천구(0.50%)와 송파구(0.45%), 강남구(0.31%) 등 재건축 단지가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반면 거래는 크게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7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5113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89건이 거래된 셈이다. 하루 364건이 거래된 작년 11월과 비교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10월 거래량(3815건)은 2013년 이후 4년만에 1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강화로 아파트 매입 수요는 줄었지만 ‘부동산 불패’를 믿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공급이 더 많이 줄어든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요보다 공급이 더 줄면 거래량이 감소하더라도 가격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서울, 특히 강남권과 도심권은 여전히 수급이 취약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서울 주요 지역은 집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강한 이유다.
게다가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도심권 직주근접 아파트(역세권 단지) 등 ‘똘똘한’ 블루칩 아파트들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커졌다. 더욱이 재건축 물건은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서울에서 수억원의 수익(웃돈)을 보장하는 확실한 투자처로 꼽힌다. 강동구 둔촌동 오세요공인 서홍석 대표는 “거래는 예전만큼 원활하지 않은데 워낙 매물이 없다 보니 매수인 1~2명만 몰리면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몇 년간 돈이 묶이더라도 재건축 완료 후엔 자산 가치가 최소 2억~3억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물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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