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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보다 5000만~1000만원 정도 내린 급매물이 나왔는데도 거래가 안돼요. 오는 11월부터 전매 제한이 대폭 강화되면 활발했던 분양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확 끼얹지 않을까 우려됩니다.”(부산 동래구 A공인중개업소 사장)
대출 규제와 전매 제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지방 부동산시장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부산과 대구지역 주택시장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택 공급 과잉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대구는 최근 들어 신규 분양 단지에 수요가 몰리고 기존 주택 매매가격도 오르는 등 주택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2 대책 규제 대상에서 비켜나 있는데다 입주 물량 부족 속에 재개발 등 정비사업 역시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반면 그동안 호황을 누렸던 부산 아파트 시장은 올 하반기부터 대규모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는데다 세금(양도소득세) 및 전매 제한 강화 등 규제 적용을 앞두고 매수 심리가 확 꺾이면서 숨죽인 모습이다.
“규제 소나기 피했다”… 대구, 수요 늘고 가격도 오름세
그런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꿨다. 8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이 지역 아파트값은 각각 0.11%, 0.09% 올랐다. 8·2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전국 아파트값도 상승폭이 크게 둔화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내년 8월 입주를 앞둔 대구 남구 봉덕화성파크드림 전용 84㎡형은 분양가(3억 6700만~3억 7600만원)보다 5000만~6000만원 가량 오른 4억 3000만원에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형성돼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최근 두 달 만에 가격이 2000만~3000만원이나 뛰어 입주 때까지 5억원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계약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수성롯데캐슬더퍼스트’ 아파트 전용면적 99㎡ 시세는 7억 5000만원으로 최근 두 달 새 5000만~7000만원 가량이 올랐다. 인근 L공인 관계자는 “대구지역이 지난해 11·3 대책에 이에 최근 8·2 대책까지 ‘규제 소나기’를 연달아 피해간 데다 재개발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주택 매입 수요도 늘고 있다”며 “집값이 더이상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기존 내놨던 매물을 모두 걷어 들이고 있어 거래는 뜸한 편”이라고 전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 사업의 8부 능선에 해당하는 사업시행 인가 이후 절차를 밟고 있는 대구 재개발 사업장은 동구 신암1구역 등 14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남구 봉덕동 용두지구와 신촌지구는 당장 올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내년 입주 물량(1만 3641가구)도 지난해(2만 6771가구)와 올해(2만 2679가구)에 비해 크게 줄어든다.
‘전매제한 강화·입주 물량 부담’ 부산 주택시장 주춤
규제 강화에 따른 우려로 부산 조정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간간이 나오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부산 연제구 S공인 관계자는 “내년부터 분양권 전매 시 양도세를 절반이나 내야 하기 하기 때문에 급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집값 추가 하락 기대감에 매수인들이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산동 ‘더샵 파크시티’는 최근 한 달 새 1000만원이 하락한 매물이 나왔지만 입질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부산에서도 집값 상승률이 가장 가팔랐던 해운대구의 경우 아직 가격 하락 움직임은 없지만 거래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해운대구 M공인 관계자는 “시장이 좋을 때는 하루에 수십통씩 오던 매수 문의가 지금은 한 두 통으로 뚝 줄었다”고 말했다.
입주 물량이 많다는 점도 부담이다. 올 하반기 부산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1만 1402가구로 상반기(8319가구)에 비해 40%가량 늘었다. 내년 입주 물량도 2만 2883가구로 지난해(1만 4583가구)와 올해(1만 9721가구)에 비해 크게 늘어난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부동산 규제와 입주 물량 증가로 부산 주택시장도 장기 호황을 끝내고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