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클다운이란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 궁극적으로 벤처,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전체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경제 이론이다.
24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벤처기업이 처음 등장한 1990년대 중반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을 비롯한 정보기술(IT) 업종의 벤처기업 설립이 붐을 이뤘다. 벤처기업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8년 당시 전체 벤처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업종 투자 비중은 46.4%에 달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IT업종 벤처기업이 더욱 늘어나면서 벤처기업 투자의 절반 이상(52.3%)이 IT업종 벤처기업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9년 설립된 네이버다. 네이버는 이듬해인 2000년 한게임을 인수하면서 국내의 대표적인 벤처성공사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IT벤처의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 초 미국 최대 인터넷 사업자인 ‘AOL’이 무리하게 타임워너와 합병을 하면서 촉발한 IT기업들의 도산은 닷컴버블의 붕괴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국내 IT업종에 대한 투자도 줄기 시작했다. 2005년 IT관련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2840억원으로 전체의 37.5%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9년부터 시작된 국내 조선업계의 성장은 전기·기계·장비관련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끌어 올렸다. 당시 국내 조선업은 수출시장 점유율 29.5%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2002년 9.1%(562억원)에 불과했던 전기·기계·장비 업종에 대한 벤처 투자비중은 2010년 19.6%(2141억원)까지 증가했다. 전기·기계·장비 업종에 대한 투자는 2011년까지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이후 중국 조선업계의 강세에 밀려 국내 조선업이 하향세로 돌아서자 다시 감소해 2013년 16.6%(2297억원)까지 떨어졌다. 국내 벤처기업 투자가 대기업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은 “대기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이를 완벽히 극복하기란 힘든 상황”이라며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동시에 카카오톡과 같은 성공 벤처기업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분석했다.
물론 모든 벤처업계 투자동향이 대기업의 흥망성쇠에 달린 것은 아니다. 2012년 8.5%에 불과했던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신규 투자규모는 지난해 17.6%까지 급증했다. 여기에는 셀트리온과 레고캠바이오 등 신생업체들이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바이오·의료 분야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영향이 컸다. 업계는 올해 바의오·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가 2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대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국내 벤처투자의 흐름이 크게 변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이오 분야의 경우는 자체적인 벤처 성공 신화가 벤처투자 확대를 일궈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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