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도 이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수립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제도와 프로그램이 수없이 많은데 대부분은 중소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원인 자금과 인력 그리고 가장 미진한 역량인 기술과 판로에 중점을 둔다. 흔히 중소기업의 경영애로 4대 요인이라 부르는 자금, 인력, 기술, 판로에서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정책과제이며 이를 통해 경쟁력과 성과를 향상하는 것이 정책 목표다.
단순하면서도 당연한듯한 정책 논리가 초래하는 문제는 의외로 심각하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정부 의존성이 높아져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경영환경이 악화해 어려움에 처하면 정부 지원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경제위기나 감염병과 같이 전체 중소기업을 위협하는 재난상황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위기를 극복하도록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금리가 급등하거나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하면 정부가 지원을 통해 충격을 완화해 줘야 한다. 하지만 개별 중소기업이 경영애로에 봉착할 때마다 직접적 지원을 제공해 구제해주면 자립정신이 약해진다. 경쟁력을 상실해 매출이 부진해도 스스로 회생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정부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이처럼 정부 지원이나 대기업의 상생협력에 의존하는 것 자체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한다. 경쟁력이란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자원이나 역량은 경쟁력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자원이 많고 역량이 우수하다고 경쟁력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자원과 역량을 풍부히 보유한 대기업도 경쟁력을 상실해 시장에서 도태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대기업은 몇 번 실패해도 망하지 않고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한번 실패하면 그대로 재기불능에 직면한다.
중소기업이 다른 대·중소기업과 비교해 차별적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틈새 제품을 선택해 제한된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범용품으로 경쟁하면 승산이 없다. 범용품은 경쟁자와 대체재가 많아 가격경쟁에 시달린다. 고객도 범용품을 비싸게 살 이유가 없어 납품 단가 인하 압력을 가한다.
제품 범위를 좁게 정의하는 대신 시장 영역은 넓게 접근해야 한다. 내수 시장에 국한하면 소수의 대기업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틈새 제품에 집중하면서 고객을 다변화하고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노력을 기울여 세계시장에서 틈새 제품의 선도자가 돼야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런 경쟁력은 정부가 지원하거나 대기업이 도와준다고 얻을 수 없다. 중소기업 스스로 선택하고 노력해야 강소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