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정신 번쩍, 대구 '빨간맛', 자꾸 생각나는 '단맵'

대구 동촌유원지 인근 ‘원조돼지갈비찜’
3인분부터 주문, 매운맛은 5가지로 구분
‘대구’스러운 서비스는 옥의 티
  • 등록 2021-07-09 오전 6:00:00

    수정 2021-07-09 오전 6:00:00

대구 원조돼지갈비찜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대구 음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매운맛’이다. 대구 음식이 매운 이유는 지형적·지리적 특성 때문. 지형적으로 분지인 대구는 겨울에 춥고 여름에 무더운 기후다. 이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운맛이 필요했단다. 또 다른 이유는 곡창지대도 아니고, 해안가도 아니어서 식자재 보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음식을 맵고 짜게 조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지금 대구는 매운맛이 소위 대세다. 볶음우동이나 떡볶이, 복어불고기, 무침회, 따로국밥 등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은 대부분 매운 게 특징이다.

그중 가장 매운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찜갈비’다.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매운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대구 사람들의 입맛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동인파출소 인근에는 찜갈비거리가 있을 정도. 이곳 식당들은 하나같이 소갈비에 고춧가루와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듬뿍 넣고 시뻘겋게 끓여낸다.

대구에서는 돼지갈비도 다른 지역과 다르다. 돼지갈비는 보통 단맛이 특징. 하지만 대구에선 매운맛이 아니면 명함을 내밀 수도 없다. 등촌유원지 인근의 ‘원조돼지갈비찜’. 이 식당 역시 지난 30여년간 매운 돼지갈비찜 메뉴 하나로 대구 사람의 입맛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식당 입구에는 ‘한번 맛보면 또 오고 싶은 집’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을 정도로, 돼지갈비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대구 원조돼지갈비찜
대구 원조돼지갈비찜
점심때를 조금 넘긴 오후. 아직도 식당 안은 돼지갈비찜을 즐기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메뉴판도 ‘돼지갈비찜’, 한 메뉴만 내걸었다. 가격은 1인분에 1만원이지만, 3인분 이상만 주문을 받는다. 그 아래로는 돼지갈비찜의 매운 정도가 쓰여 있다. 간장소스(0), 순한맛(30), 조금매운맛(50), 중간매운맛(70), 최고매운맛(100) 등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위협적인 메뉴판에 조심스레 중간매운맛으로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푼에 양념 가득 묻은 갈비찜이 나왔다. 양은 많지 않은 편. 2인분 같은 3인분이다. 한입 맛보면 달곰한 맛이 먼저 느껴지고 뒤에 알싸한 매운맛이 조금씩 올라온다. 양파와 마늘을 듬뿍 넣어 양념하기 때문이란다. 양파의 단맛과 마늘의 매운맛 조화가 잘 어울리는 편이다. 그래도 확실히 꽂히는 맛은 역시 ‘매운맛’이다. 머릿밑이 살짝 가려울 정도로 맵다. 정신없이 고기를 뜯다 보면 어느새 양념만 남는다. 그다음 갈비의 맛이 녹아 있는 양념에 뜨거운 밥을 비벼 먹거나, 따로 볶음밥을 시켜 먹는다면 한끼 식사로 부족함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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