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이것은 등판이 아니다…김수현 '어느 두상'

2018년 작
조형적 자율성·순수성 좇는 모더니즘 조각
세밀한 표현없이 '덩어리' 형태·구조 다듬어
차가운 청동에 서정적인 멜로디·리듬 태워
  • 등록 2019-02-28 오전 12:10:00

    수정 2019-02-28 오전 12:10:00

김수현 ‘어느 두상’(사진=갤러리그림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넓적하고 매끈한 등판이려니 했다. 사람의 등일 수도 있고 동물의 등일 수도 있고. 척추처럼 중심을 가르는 등뼈도 단단히 심었고 말이다. 물론 작품명 ‘어느 두상’(2018)을 훔쳐보기 전까지의 생각이다. 이것이 ‘머리모양’라고?

원로 조각가 김수현(81·충북대 명예교수)은 모더니즘 조각을 해왔다. 조각의 본질을 놓지 않으면서 조형적인 자율성과 순수성을 탐하는 양식 말이다. 그 결정적 특징이 ‘덩어리’란다. 굳이 대상을 정밀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 뭉쳐낸 부피감으로 형태·구조를 다듬는 것. 바로 ‘비구상’인 거다.

구상과 추상을 적당히 절충하는 게 아니다. 그 차이를 고심하는 융합이라고 할까. 차가운 청동에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멜로디·리듬을 태운 덩어리. 그의 수많은 작품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오해와 착각은 늘 뭔가를 아는 듯 넘겨짚는 데서 나오지 않나. 하물며 조각상을 감상하는 순간에도 말이다.

3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여는 ‘김수현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브론즈. 70×45×25㎝.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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