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인생영업]과거로부터의 결별

美 남북전쟁 비극속 나폴레옹의 저주
무기 발전 외면, 과거 전술 고집하다 피해 커져
성공한 리더들의 옛 방식 고집, 지금도 흔해
모바일 시대 발품 영업…되레 성공 방해하기도
  • 등록 2019-02-21 오전 5:00:00

    수정 2019-02-21 오전 5:00:00

[신동민 머크 생명공학 R&A 컨트리헤드·‘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저자] 나는 현재의 사람인가? 과거의 사람인가? 누구나 현재의 사람이라고 생각을 한다. 오늘을 살고 있으니 당연히 현재형이거나 미래를 추구한다. 그럼 우리는 과연 현재를 현재답게 살고 있을까? 현재를 과거의 방식으로 살고 있지는 않는지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 또는 지도층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은 사회생활을 최소 20년에서 30년을 한 사람들이다. 멀게는 1960~70년대의 정치적 격변기와 고도 성장기를 거쳐서, 1980년대 경
제의 활황기를 경험했고, 1990년대 초반의 호황과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까지 격변기에 자기 맡은 일을 하면서, 사회와 개인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훌륭하게 살아왔고 많은 일을 해냈다.

그렇지만 20~30년이 지난 현재에도 과거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 볼 때이다. 세상이 엄청난 속도로 변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는 이랬다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간단한 예를 보자. 아무런 규제 없이 해외를 나갈 수 있는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된 때가 1989년이었으니 정확히 30년 전이었다. 2018년 해외 출국자수는 2970만명이었다. 산술적으로는 전 국민 5180만 명 중에 절반이상이 한 해 동안 해외를 다녀온 셈이다. 이런 세상의 엄청난 변화에도 30년 전의 성공담으로 현재를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과거와 현재의 혼동은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해 왔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집착…달라진 현실 외면 흔해

얼마 전 관심을 갖고 보게 된 미국의 남북전쟁(1861~65년) 이야기는 이런 점에 많은 의미를 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남북전쟁의 전사자 숫자가 남북군을 통틀어 60~70만명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남북전쟁당시 미국 전체 인구가 3700만 정도였는데 이렇게 엄청난 숫자의 전사자가 발생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1939~45년)에서 미국의 전체 전사자는 29만명이었고, 총인구는 1억3000만명이었다. 단순하게 인구수로 비교를 해보면 10배정도의 전사자가 발생한 것이다. 더구나 남북전쟁과 2차 세계대전의 무기체계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남북전쟁에서는 소총, 구식대포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겨우 1분에 두발정도 쏠 수 있는 전장식 소총을 쏘거나 총검으로 백병전을 하는 정도였다. 2차 세계대전에서는 우리가 영화 같은 데서 볼 수 있듯이 탱크, 대포, 전투기, 폭격기 그리고 자동 기관총 등이 등장을 한다. 기관총은 1분에 1200발을 발사 할 수 있었다.

그럼 남북전쟁에서는 왜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까? 역사학자들이 내용을 면밀히 연구를 해보니 아주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남북전쟁에 참여한 장교들은 모두 나폴레옹의 전쟁방식을 배웠고 신봉했다. 나폴레옹은 패전을 하고 1821년에 사망을 했는데 40년이 더 지나고 1861년에 일어난 남북전쟁에서도 같은 전쟁방식을 신봉하고 실행을 했던 것이다.

가장 다른 것은 무기체계였다. 나폴레옹 당시에는 포병이 포격을 하고, 보병이 열을 지어 행진하면서 양측이 50m 내에 들어오면 서로 소총으로 사격을 하고 백병전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소총의 사정거리가 25m 정도에 불과해서 멀리서 사격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결국 25m 이내에서 한번 총을 쏘고, 결국 백병전을 하는 것이었다. 대열을 맞추어 적진 앞까지 진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전술이었다.

그런데 40여 년 동안 무기가 발달하여 남북전쟁당시에는 소총에 강선이 도입되면서 사거리가 5배나 늘어나고 정확도도 엄청나게 높아졌다. 그러나 군대는 여전히 나폴레옹식 좌우대형을 맞추어 진격을 했다. 총을 쏘는데 일렬로 열을 맞추어 진격을 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는가? 심하게 1개 연대 2500명이 단 5분 만에 전멸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사실 전투라기보다는 누가 누가 빨리 총알을 맞고 쓰러지나 경쟁하듯이 전장은 피로 물들었다. 새로운 기술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대가는 너무 혹독했다. 누가 전쟁에서 이기고 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70만명이라는 목숨이 어처구니없이 세상과 작별을 했다.

하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구별할 줄 아는 지혜 필요

우리의 상황은 과연 얼마나 다를까?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대부분 새로운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내가 경험하고 배운 방법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현장에서 경험하는 영업과 마케팅에서도 이런 오류는 만연해 있다. 아직도 영업현장에서는 발바닥이 닳도록 뛰는 영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본 원칙에는 동의를 한다. 고객을 더 많이 접촉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요즈음처럼 교통이 복잡한 세상에 고객을 대면 접촉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과연 영업직원이 하루에 몇 명의 고객을 만날 수 있을까? 수도권에서는 하루에 아무리 열심히 다녀도 3~4군데의 거래처가 최대가 될 것이다. 이건 20~30년 전 영업방식과 다를 바가 없다. 좋은 스마트 기기와 인터넷으로 무장을 한 지금도 이렇게 영업을 한다면 아마 남북전쟁당시의 좌우 열을 맞추어 진격을 하는 방식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디지털 세일즈 라는 말이 보편화 된 지가 오래되었다. 잠재고객의 분석과 수요 예측, 고객 관련도 분석 등을 이제는 컴퓨터가 척척 해준다. 그런데도 영업사원의 노트에 빼곡히 적힌 한정된 정보만 가지고 영업을 한다면 효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에 가용한 모든 기술을 동원해서 전략과 전술을 펼쳐야 한다.

이 사회에서는 아직도 현재 가용한 기술에 눈을 감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할 곳이 너무 많다. 물론 본질은 살아있다. 그러나 본질에 다다르는 방법론은 바뀌어야 한다. 전쟁에서 아무리 첨단 무기가 활용되어도 전쟁에서 이기려면 누군가는 고지를 점거하고 깃발을 올려야 한다. 그렇지만 고지를 점령하는 방법은 바뀌어야 한다. 아직도 “돌격 앞으로”를 외치면서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을 뛰는 방식으로 전쟁을 하고 있는지 않은지 돌아 볼 때이다.

‘하면 된다’를 외치던 우리 선배들의 정신은 숭고하나, 이제는 하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지혜의 눈을 가져야 한다. 나는 과거와 무엇을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현재의 나를 겸허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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