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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하나둘씩 무대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휘자가 등장할 차례. 그러나 무대에 나타난 것은 광선검을 든 다스 베이더였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 다스 베이더는 지휘자에게 지휘봉을 건넨 뒤 유유히 무대 뒤로 사라졌다.
필름 콘서트 ‘스타워즈 인 콘서트: 새로운 희망’이 열린 이날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은 마치 영화관을 방불케 했다. 로비에는 ‘스타워즈’ 티셔츠를 입고 있는 영화 팬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20~40대 남녀 영화 팬은 물론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 등 관객층도 다양했다.
눈길을 끈 것은 ‘스타워즈’ 팬들로 구성된 동호회 ‘한국제다이연맹’ 회원들. 이들은 영화 속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츔플레이’를 선보여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포토존에서 관객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 공연장 분위기도 여느 곳보다 활기찼다.
이날 공연은 1977년 개봉한 조지 루카스 감독의 영화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전편 상영과 함께 오케스트라가 사운드트랙을 직접 연주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음악은 ‘픽사 인 콘서트’ ‘미녀와 야수 인 콘서트’ 등으로 뛰어난 호흡을 보여준 지휘자 백윤학과 코리아쿱오케스트리아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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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은 2016년 ‘탄둔 무협영화 3부작’, 2017년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등의 필름 콘서트를 선보여 왔다. 가로 12m, 세로 6.5m의 초대형 스크린과 섬세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실감나는 영상과 웅장한 사운드를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좋은 평가를 얻었다.
필름 콘서트답게 공연의 초점도 영화 감상에 맞춰져 있었다. 클래식 본연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공연장 전면에 설치한 스크린에 시선이 집중돼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세세히 살펴보기 힘들었다. 이는 상영되는 영화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재적소에서 음악을 들려준 백윤학 지휘자와 코리아쿱오케스트라의 실력이기도 하다.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사운드트랙은 영화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존 윌리엄스는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는 물론 에미상과 그래미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영화음악의 거장이다.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사운드트랙은 2005년 미국 영화 연구소로부터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음악’으로 꼽혔다.
아쉽게도 이날 공연에서 ‘스타워즈’의 대표적인 사운드트랙 중 하나인 다스 베이더의 테마 ‘임페리얼 마치’는 들을 수 없었다. 이 곡은 후속작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에서 첫 등장한다. 롯데콘서트홀 측은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의 필름 콘서트는 아직 개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을 본 ‘스타워즈’ 마니아들은 후속작도 필름 콘서트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