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맡고 있는 법정관리 기업만 해도 450개에, 이들 기업의 전체 자산규모는 27조원에 달한다. 자산 기준으로 따져 재계 12위인 CJ그룹(25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 14개 법원 파산부가 관리하는 법정관리 기업은 사상 최대인 1150곳에 이르러 사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 7위 정기선사이며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조차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대기업마저 기업회생 신청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기업 대출금 만기가 몰려 있는 오는 연말에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법정관리 기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법원 파산부가 이들 기업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전국 법원 파산부에 근무하는 판사 수가 84명이고, 전체 법정관리 기업수가 1150개인 점을 감안하면 판사 1명당 13개 기업을 관리해야 한다. 국내 최대 파산부인 서울중앙지법은 판사 1명당 25개 기업을 맡아야 하는 등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법정관리는 벼랑 끝에 선 기업에 회생의 기회를 주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기업 생명줄을 쥐락펴락하는 중차대한 업무라는 얘기다. 국내 경제에도 타격을 미치게 되는 법정관리 기업을 법원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파산 기업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법원 파산부가 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열악한 인력으로 운영된다는 자체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최근 기업과 개인의 회생·파산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도산전문법원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그런 때문이다. 현재 법원이 처한 관리 능력의 한계점에서 판사들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제안이다.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우선은 기존 법원 파산부에 대한 예산 마련과 판사 증원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