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같은 기법도 이제는 박물관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써야 하는 신세가 됐다. 최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해 굳이 발품을 팔아 최소한 6명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으로 몇 번만 클릭하면 지구촌 사람들과 인맥을 순식간에 쌓는 초접촉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초접촉사회를 이끄는 SNS는 ‘양날의 칼’이다. 한 개인의 선행이 인터넷을 타고 전세계에 퍼져 지구촌을 감동시키는 화젯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만행은 네티즌으로부터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다. 마치 사방에 깔린 어둠 속에서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그대로 황천길로 향할지 모르는 두려움을 묘사한 조선시대 실학자 연암(燕巖)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처럼 영광과 굴욕의 경계선은 한 끗 차이다.
그런데 삼성전자 수뇌부는 노트7 250만대 전량을 리콜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삼성으로서는 리콜 비용이 1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지만 삼성이 지니고 있는 브랜드값인 ‘평판 비용’(reputation cost)에 더 무게를 뒀다. 평판비용은 단기적 이득만을 노리다 기업이 지불해야 할 손실과 기회비용을 모두 포함한 경영 개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에 불리한 내용을 언론보다 앞서 발표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에 따른 온갖 오해와 제품 판매 차질 등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위기상항에서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결국 언론의 뭇매를 맞는 ‘투명성의 역설’(The paradox of transparency)을 겪게 된다.
과거 폭스바겐과 도요타자동차가 제품 결함이 있지만 리콜하지 않고 버티다 언론 보도로 신뢰도를 크게 훼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의 경쟁업체 애플도 안테나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이른바 ‘안테나 게이트’를 소비자 과실로 돌려 비난의 중심에 서지 않았는가.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이번 노트7 리콜 파문에도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해법은 평판경영이다.
<글로벌마켓부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