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인력이 부족하다해도 원칙을 갖고 이민정책을 펴야 한다. 법을 잘 지키고 세금 잘 내는 외국인에만 국내에서 일한 지 5년쯤 됐을 때 가족초청 권한을 주고 10년이 넘으면 쿼터를 정해 영주권 신청 자격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인구감소에 따른 이민 확대 정책 논의에 명확한 원칙과 적절한 속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급인력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한국 사회 적응력, 통합력을 따져 이민 확대가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단 조언이다.
|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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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경제의 생태계에는 필요한데 내국인이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자리가 많아 외국인력 초빙은 불가피하다”면서 “출산율도 낮아 서두를 수밖에 없지만 큰 틀의 원칙은 세워야 한다”고 했다.
먼저 그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고용허가제는 지역별 수요와 연계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과 지방의 중소기업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 없인 돌아가지 않는 상태”라며 “조선업계에선 내국인 근로자를 못 구해 외국 근로자를 영빈관에 모시고 환영행사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영주권제도는 보다 깐깐해야 한단 게 허 원장의 견해다. 현재도 외국인 근로자는 최초 입국 후 4년 10개월, 재입국 특례 고용허가를 받으면 다시 4년 10개월 등 최장 9년 8개월만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허 원장은 “예를 들어 인도 유명 공과대 나온 고급인력이라고 해서 곧바로 영주권을 줘도 되는 게 아니다”라며 “4년 10개월 일하면서 검증된 사람에 가족초청 권한을, 10여 년 동안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통합된 이들에 영주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활동인구를 늘리는 하나의 방안이자, 노동계의 바람이기도 한 정년연장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2200만 근로자 중 정년인 만 60세까지 일하는 이는 8% 수준”이라며 “정년제도 자체가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50대부터 임금을 조금씩 낮춰서라도 계속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
기업엔 출산율 제고를 위한 일·가정 양립 문화 조성을 주문했다. 대표적인 게 유연근무제 확대다. 그는 “우리 연구원에서 살펴보니 코로나19가 종식되자 전부 과거로 돌아가려고들 하고 코로나19 유행 때처럼 재택근무를 하지 않더라”며 “육아기 때엔 보다 유연한 근무 행태가 절실하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섞는 하이브리드 일자리가 더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기업의 일자리들은 38% 정도만 전통적 방식으로 사무실 혹은 작업장에서 근무하고 60% 이상은 재택이나 하이브리드 근무를 한다”며 “우리의 저출산 상황이 코로나19와 유사한 국가적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중소기업들도 유연근무제 확대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재준 원장은...
△서울대 무역학과 학사·국제경제학과 석사 △파리10대학 경제학박사 △한국EU학회 학회장 △World Bank(IBRD) 선임경제학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 사회보장위원회 위원, 고용정책심의회 위원 △한국노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