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웹툰 남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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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딸’을 소재로 한 카카오웹툰 ‘남남’. 처음 이 웹툰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의문은 제목이었다.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로 여겨지는 부모와 자식, 특히 엄마와 딸을 다룬 웹툰인데 왜 제목이 ‘남남’일까. 웹툰을 보지 않고선 이해가 되지 않는 작명이었다. 하지만 웹툰을 보다보니 ‘남남’이란 제목의 의미가 와닿게 됐다.
전통적인 한국사회에서의 엄마는 자식들을 위해 언제나 희생하고 헌신하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남남’은 이 같은 전통적 모녀의 관계를 뒤집는다. 단둘이 사는 모녀의 캐릭터를 누구보다 더 개성있게 그려내면서 40대 젊은 엄마의 인생을 파격적으로 묘사한다. 한 자녀의 엄마가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서 존재감을 내세운다.
정영롱 작가가 쓰고 그린 ‘남남’은 28세 진희와 그의 엄마가 주인공이다. 웹툰 초반부부터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첫 화부터 진희의 엄마가 홀로 자위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웹툰이 지향하는 방향을 뚜렷이 보여준다. 10대에 진희를 낳은 일진 출신 엄마라는 설정도 독특하다.
진희와 엄마와 생활적으로 밀접하게 지내게 되면서 엄마가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서 삶과 인생을 솔직히 마주하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이젠 같은 여성으로서 동등하게 바라보며 간극을 좁혀나간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진희와 엄마는 모녀지간 이전에 서로 다른 인간일테다. ‘남남’이란 제목의 의미가 다시 한번 가슴에 와닿는다.
그렇다고 이 웹툰이 너무 무겁지만은 않다. 이야기를 전개할 때 작가 특유의 유머코드를 적절하게 배치해 독자들에게 재미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전달한다. 작화도 가벼우면서도 각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게 보이도록 표현돼 독자 몰입도를 높여준다.
‘남남’은 이 같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배우 전혜진, 수영 주연의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로 방영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오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자신만의 개성과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며 당당히 살아가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한 번 접해보는 건 어떨까. ‘남남’의 국내 누적 조회 수는 5440만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