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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석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장은 검찰조직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력을 쌓아왔다. 박 지청장은 2017년 검찰 최초로 범죄 피해자 보호분야에서 1급 공인전문검사(블랙벨트) 인증을 받았다. 블랙벨트는 특정 분야에서 검찰조직내 최고 전문가라고 인증하는 제도다. 말 그대로 ‘유단자’다. 경력, 전문지식, 실무경험, 인품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선정한다. 문턱이 높은 탓에 공인전문검사제 도입 이후 블랙벨트는 경제(배임·횡령), 성범죄, 증권·금융, 피해자보호, 법무·법제, 송무, 강력 등 7명에 불과하다.
박 지청장은 20일 평택시 평남로 수원지검 평택지청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검찰내에서 빛보기 힘든 피해자보호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배경을 묻자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어서 했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대부분 내용이 범죄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피해자 관련 조항은 몇줄 안됩니다. 피해자보호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사실 범죄 피해자는 관심 밖이었죠.”
박 지청장이 전주지방검찰청에서 초임 검사로 근무하던 시절, 호프집에서 시비가 붙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남겨진 가족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할 처지가 됐다. 박 지청장은 전주지검 범죄예방위원회를 통해 피해자 가족에게 장학금과 장례비를 지원했다. 하지만 박 지청장은 지금껏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빅지청장은 안양지청에서 피해자지원전담검사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피해자 지원 매뉴얼을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때도 계기가 있었다. 박 지청장은 “친인척에 성폭력 피해를 당한 아동이 집을 나온 뒤 아르바이트하던 주유소 사장에게 또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 처벌에만 급급했던 탓”아라고 했다.
박 지청장은 당시 지자체와 관련 부처, 기관과 연계해 1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만들었다. 현재 전국 검찰에서 사용하는성폭력 피해자보호 매뉴얼 및 시스템의 시작이다.
박 지청장은 “지자체와 연계해 직업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지낼 곳을 구해줬다. 수소문해 어린 시절 집을 나간 어머니와 재회하도록 돕고, 친권 문제도 정리했다”며 “지금은 바리스타 학원에서 만난 3살 연상 남자친구와 결혼해 잘 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박 지청장이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검찰내에서도 중요성이 커진 산업재해 분야다. 박 지청장은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박 지청장에겐 산업재해 문제 또한 피해자 보호라는 화두의 연장선상이다. 산재 사망사고로 남겨진 유족들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도울 방법이 없는 지 고민하다가 산업재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10여년 전에 서울남부지검에서 일할 때 노동자 두분이 작업장에서 추락사한 사건이 있었어요. 유족들이 매일같이 검찰청 앞에서 시위를 했어요. 회사는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정부에서 나오는 산재 보상금은 남겨진 유족들이 생계 유지가 가능할 지 걱정될 정도더군요. 범죄 예방만큼 산재 예방도 중요하다 싶었죠.” 박 지청장은 이후 2017년 중앙대에서 개설한 산업안전 최고 경영자 과정을 수료하는 등 틈틈히 관련 분야를 관심을 갖고 공부해 왔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처벌수위가 높아진 만큼 일벌백계 효과 덕에 산재사고가 줄기는 할겁니다. 하지만 그보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기업의 재해예방시스템을 구축하고 강화하는게 우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