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아파트 조합원과 상가 소유주와의 갈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분양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정비사업 전체 일정이 늦어질수록 조합원들의 수익성은 낮아지고 비용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어 해당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들 단지의 법적 소송 결과 등에 따라 다른 초기 재건축 단지에 미칠 파급 효과도 상당히 커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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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와 서초구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2차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인 신사쇼핑센터와 재건축 사업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신사쇼핑센터 상가 소유주(총 48명) 일부는 아파트 재건축 조합 설립 당시 적법한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설립인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지난 5월 법원으로부터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조합 설립 인가를 내줬던 서초구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현금 기부채납을 허용하고 최대 용적률을 300%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정비계획안이 심의를 통과했다. 다만 당시 조합 설립인가 효력이 정지된 상태였기 때문에 재심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관계자는 “조합 설립 당시 상가 각 호실은 소유권을 줄 수 있는 구분 등기가 돼 있지 않아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초구청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강남구 청담동의 마지막 재건축 단지인 청담삼익아파트도 재건축 사업 추진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 아파트 안에 있는 삼익상가 소유주들이 지난해 11월 강남구를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 무효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당초 올해 초로 예정됐던 분양 일정 역시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이 아파트 재건축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11월 관리처분계획 인가 결정을 받아 올 상반기까지 이주 작업을 마무리하고, 일반분양을 하려 했는데 계획이 모두 틀어졌다”며 “다음달에 항소심 판결이 있는데 이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사업 일정을 다시 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주택에 비해 상가 권리가액 낮아
상가 부지를 아예 제외하고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짜는 아파트 단지도 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는 현재 단지 내 상가와 토지 분할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아파트 상가인 뉴코아 아울렛 부지를 아예 제외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신반포4차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아파트와 상가가 하나의 부지로 엮어져 재건축이 진행되는 것을 양측이 서로 원하지 않아 상가 소유주 163명에게 지분 분할과 관련한 동의서를 보낸 상황”이라며 “올 가을에는 지분 정리가 마무리돼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상가 부지를 재건축 계획안에 포함시켰지만, 내홍을 겪고 있는 곳도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이미 지난해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마쳤지만, 상가 소유주들이 권리가액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이 상가 점포 소유주는 “아파트 조합원과 같은 평수(대지지분)를 가지고 있어도 감정평가금액이 현저하게 낮아 분담금을 훨씬 더 내야 할 정도로 차별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상가 소유주의 경우 재건축 이후 영업 불확실성이 높은데다 같은 평형대라도 아파트보다 분양 평수가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이 장기화될수록 결국 전체 사업비만 늘어나기 때문에 상가도 공평하게 지분을 평가받을 수 있게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