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될 수록 커지는 리스크…무역전쟁, 제2대공황 부를까

  • 등록 2018-07-10 오전 6:00:00

    수정 2018-07-10 오전 6:00:00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 유럽연합(EU)등을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대외무역적자를 줄이고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제일주의)를 다진다는 차원이지만 이는 국제경제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메릴랜드 주에 있는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착륙한 에어 포스원에서 내려가고 있다.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대공황은 1929년 10월 29일 주가 대폭락(검은 목요일)이 아니라 이듬해인 30년 6월 17일 스무트-홀리(Smoot-Hawley)법 제정 이후 시작됐다.”

경제·금융 역사가 존스틸 고든은 그의 저서 ‘월스트리트 제국’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 아래 제정한 스무트-홀리 법안이 세계 경제를 보호주의 무역전쟁으로 몰고 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례에 비춰봤을 때 미국이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수록 세계 경제가 제2의 대공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1929년 10월 대폭락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던 다우지수는 1930년 들어 낙폭의 절반 이상을 회복했다. 같은 해 5월 허버트 후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공황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뒤, 6월부터 상황이 돌변했다. 길거리로 뛰쳐 나온 실업자들과 농민들을 달래기 위해 공화당이 보호무역주의 법안인 스무트-홀리법을 제정한 것. 이후 2만여종의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에 달하는 초고율 관세를 물렸다. 사실상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 캐나다 등 20여개국은 고율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다. 이후 5년 동안 세계 교역량은 66% 급감했고 미국 국민총생산(GNP)도 거의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장기전 들어가는 무역전쟁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먼저 당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전쟁이 자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추가 탄환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은 지난 6일 발효한 340억달러 규모 818개 품목에 대한 관세에 이어 조만간 160억달러 규모의 284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발효할 방침이다. 미국 정부는 또 수입자동차에도 20%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주요 국가들은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무역전쟁이 더욱 확산,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유럽연합(EU)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10% 관세를 부과하자, EU는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로 맞불을 놨다. 세이프가드는 이달 중 잠정 발동될 예정이다. 아울러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장관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면 즉각 보복에 들어갈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유럽의 단결된 주권을 보여주기 위해 우리의 대응은 더욱 응집되고 강해질 것”이라며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무역전쟁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유럽, 러시아 등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나라들과의 ‘경제동맹’을 확대·모색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EU 정상회담에 앞서 유럽 순방을 통해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16~1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EU 정상회의에서 미국에 대항하는 연합체를 구성하길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확실성이 제일 무섭다”…파급력 상상도 안돼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리커창 중국 총리는 유럽 순방을 하며 유럽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동유럽 정상회담에 참여한 모습. [사진=AFP 제공]
세계 1·2위 경제대국 간 무역전쟁에도 증시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9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장대비 67.88포인트 상승한 2815.11에 마감했다. 무역전쟁 속에도 중국이 적극적으로 내수시장을 개방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악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현재 시장분석기관들이 내놓고 있는 전망은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란 전제하에서만 성립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무역전쟁에 따른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장분석기관들의 계산이 무역이나 공급망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모두 반영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할리데이비슨은 지난 5월 EU로부터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 유럽에 수출하고 있던 오토바이 생산을 유럽에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형적인 경제모형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모형이 전제한 이론적인 가정보다 현실에서는 더욱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며 “주가 등은 이같은 경제모형에서 빠져있고 포함되더라도 투자심리 냉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주가 하락이 미국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력이 0.4%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또 불확실성을 최악의 리스크로 꼽았다. 영국의 세계적인 경제전망 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이 투자계획을 보류한다”며 “이미 그런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가운데 각 나라가 보호무역주의를 심화시켜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제2의 대공황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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